#20 한국 공군이 도입할 뻔했던 전투기, F-20 타이거 샤크 - 1부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절대 안 되겠으나,
제 2차 한국전이 터졌다고 치자.
한 미 전폭기들이 북한 하늘로 날아간다.
*출처: 3.bp.blogspot.com
그때 북한은 요격에 나설 것이다.
가동률이 형편없다고 해도,
비행할 수 있는 전투기들을 모두 끌어 모아,
죽을 힘을 다해 나선다.
평양만이 아니라, 황해도에서부터 함경도까지
북한 내 주요 군사 시설의 상공에서 맹렬한 저항을 한다.
그때의 주력은 어떤 전투기인가?
당연히 미그 21이다.
서방측에 의해 ‘물고기 화석’이라는
이상한 이름이 붙어진 휘시베드 미그 21.
*고속도로에서 이륙하는 미그 21. 출처: theaviationist.com
북한은 미그 17과 미그 19를 각각 1백여 대씩 갖고 있으나,
그것들은 아무래도 역부족.
기체가 너무 오래 됐기 때문이다.
두 기종 다 초비행이 1950년대에 하지 않았던가?
특히 미그 17은 한국 전쟁이 발발했던
바로 그 해에 초 비행 했으니, 호랑이 담배 피던 옛날이라 할까?
물론 북한 기체들이 그때 만들어진 건 아니나
어찌됐던 베리 베리 올드 타이머 들이다.
*그래도 한 때 날릴 때가 있었다. 베트남 전에서의 월맹 미그 17. 하지만 그때가 언젠가? 딱 50년 전이다. 출처: vietnam.warbirdsresourcegroup.org
그래서 항공 전문가들은 '가동률'을 고작 2~30퍼센트로 보는데,
그나마 하늘로 떠 오른 기체 속 파일럿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이거 떨어지는 거, 아니야?"
그리고 출격이 며칠 계속된다면,
가동률이 더욱 더 급강하 할 게 틀림없다.
실전이라는 건, 매우 하드한 상황의 연속이니까.
그런데 미그 21.
이 놈은 조금 다르다.
하늘의 주적(主敵) 미그 21
델타 익에 꼬리날개의 이 기체는,
우선 마하 2로 매우 빠르다.
그리고 경쾌한 운동성을 비롯해,
선회 성능에 있어서도,
팬텀보다 안쪽으로 돈다는 건
베트남 전 때부터 잘 알려진 사실.
중동의 하늘에서도 그 선회성능은
이스라엘의 미라주 3과의 비교에서,
50대 50에서 강(强)으로 나온다.
단지 아랍 파일럿의 미숙함으로, 자주 격추 됐을 뿐.
그런데 만일 경험 많고 용감함 파일럿이 탔다면?
당연 180도 달라진다.
한 마디로 말해 소련 제 미그 21,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격투 전투기다.
그렇다고 속력이 느린가?
최고 속도가 마하 2다.
그러나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항속력.
발이 짧다는 점이다.
*핀란드 공군의 미그 21인데, 간단히 봐도, 연료 들어 갈 데가 없다. 앞부분 공기 취입구로 들어 간 공기는 파일럿이 앉아 잇는 데 좌우 양옆의 공기 투부를 통해, 엔진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엔진은 기체의 반 정도를 차지하면서 꽉 들어 차 있다. 그래서 빈약한 연료량을 보충하기 위해, 기체 등허리 볼록한 공간. 출처: ilmailumuseo.fi
그래서 약간 멀리 나왔다 하면,
연료 게이지를 봐야 한다.
"이거 기지까지 갈 연료는 남은 거야?"
따라서 미그 운용자들은 이런 단점을 커버하려고 애썼다.
되도록 멀리 안 내보내는 방법이다.
적국의 하늘로 진공(進空) 하는 게 아니라,
자기네 나라에서 머물며,
적기가 들어 왔을 때 요격하는 방법.
이게 ‘미그 21 사용법’이다.
미그 21 사용법
그 이야기를 첫 부분으로 돌려보자.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고,
한 미 전폭기들이 북한으로 출격했다는 앞부분 이야기.
그렇다면 북한의 미그 21과 만나게 되지 않는가?
아니 만나는 게 아니라,
하늘이 두 쪽 나도 잡아먹겠다며 날아 올 것이다.
그리고 그 곳은 어디인가?
미그 21의 홈 그라운드다. 발이 짧아도 된다.
침입한 한 미 공군들, 이럴 땐 고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대의 공중전에선 멀리서 쏘는 스탠드 업 미사일을 사용하기도 한다.
목표 지역 밖, 꽤 먼 곳에서 쏘는 공대지 미사일,
그러나 이건 꽤나 비싸다.
아무 목표한테 쏠 수 없고,
또 날이면 날마다 달고 갈 수도 없다.
게다가 멀리 떨어져 쏜다고 해도,
거기라고 안전하지 않다.
그 지점이 북한 공군 요격의 시작일 수도 있으니까.
따라서 어차피 북한을 폭격하기 위해선,
이 매서운 미그 21과 조우할 수밖에 없다.
그 조우라는 목숨을 건 공중전이다.
재수 없으면 대당 1억 달러를 훨씬 넘어가는
F-15K 슬럼 이글 같은 거, 당할 수 있다.
기체 가격에 있어 10분지 1도 안 되는 것들한테.
*출처: dailymail.co.uk
그런데 북한엔 이런 단거리 싸움꾼이
2백 대 이상으로 나와 있다.
물론 가동률이 50프로 이하라 해도 상당히 많은 숫자다.
전쟁이 터지면 이것들이 떼로 덤벼든다.
자기 에어리에 들어서면 사정없이
물어뜯는 동네 싸움꾼.
그럼 여기서 한 번 생각 해 보자.
이런 것들을 잡는 건 없나?
똑같이 경량 소형이면서 미그 21한테 대 놓고 이기는 놈.
우리말로는 '임자'
미그 21의 장점은 고스란히 소화하면서,
한 끗발이 더 높은 미그 킬러.
물론 F-16 화이팅 팰콘도 그런 류의 전투기나,
점점 더 무거워지고 고급화 되는 추세다.
그래서 좀 더 작고 경량인 전투기를 찾고자 한다.
미그 21처럼 가격이 싸고, 유지하기가 편하며,
그래서 많은 수를 장비해, 유비쿼터스 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킬러.
"늬들이 있는 곳엔 우리도 있다."
코브라 천적, 몽구스
그러니까 코브라를 잡아먹을 수 있는 작은 몽구스 같은 기체.
*Dinner? 원본의 제목이다. "이거 저녁이야?" 출처: i.dailymail.co.uk
그런 전투기가 있었다.
있었다고?
언제?
어디에?
그리 멀지않은 옛날이다.
에어리어 88의 유니콘 마크
밀리터리 매니아 중에 이 전투기를 아는 사람 꽤 있을 것이다.
에어리어 88에서 유니콘이 그려진 그 전투기이며,
프라 모형으로도 여러 메이커에서 나왔을 정도의 전투기니까.
1982년 8월 30일에 초 비행을 했고,
연이어 4대가 만들어 졌다.
88 올림픽 바로 전이다.
그렇다면 한국 공군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바로 이 전투기다.
*F-20 타이거 샤크, 날개에 사이드와인더와 연료 탱크, 그리고 250파운드 인 듯한 폭탄을 투하 중이다. 출처: wikimedia.org
그래서 이 전투기 메이커 노스롭은,
한국이 도입해 주길 학수고대하며
맹렬한 세일즈를 한다.
당시엔 한국이 사 주질 않으면,
4대를 만들 때까지 들어간
꽤 큰 액수의 돈이 다 날아 갈 판이었다.
그래서 1984년에 이 전투기를 한국에 보내기까지 한다.
그 날렵한 운동성의 데몬스크레이션을 위해서다.
그럼 한국 공군은?
역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도입 검토를 한다.
누가 봐도 우수한 전투기 아닌가?
북한의 미그 17, 미그 19, 미그 21은 물론,
당시로서 북한의 에이스 격인 미그 23도,
이 기체에다 스패로우 미사일만 달게 하면 이길 수 있으니까.
*날개 안 쪽에 중거리 미사일 에이펙스를 달고 있다. 이 미그 23의 장점은, 속도에 따라 날개 각도를 바꾼다는 것과 중거리 전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출처: fas.org
더군다나 한반도 지형과 상황은 매우 특이하다.
종심이 짧다는 것.
종심이 짧은 한반도, 기습자가 유리하다
북한은 매우 짧은 시간에 휴전선 상공을 돌파,
각 비행장으로 쇄도하며, 기습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엔 매우 공격성이 강하며 장거리 능력을 갖춘
전폭기나 공격기어야 한다는 조건들이 붙긴하나,
어찌됐건 조심해야 한다.
적어도 경기도 쪽 비행장들은 여차하면 당할 수 있으니.
*북한이 보유 중인 A-5 중국제 공격기, 생긴게 샤프하고 빨라 보여 서방측에선 이걸 한 동안, 전투기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능력이 약간 미달하는 초음속 공격기. 출처: img.wp.scn.ru
따라서 우리 공군은 어느 나라보다,
스크램블 타임이 빠른 전투기가 필요하다.
적기가 쇄도하기 전, 그걸 그냥 공중에서 요격하는
퍼스트 스크램블러.
이 몽구스형 파이터가 바로 그런 기체였다.
또 기체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이 도입한다면 그것은 탁월한 선택이 틀림없었다.
이 전투기의 이름은 F-20 타이거 샤크(Tiger Shark).
*출처: www.yeniresim.com
F-20 호랑이와 상어.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호랑이로 부터 진화된 상어."
전신이 우리 공군에도 사용되던 F-5E 타이거다.
(2부에서 계속.)
[김은기의 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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