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FG-42 변신소총의 전후사정 (3부)
제2차 대전 이후
독일 공군이 낙하산 부대를 위해 독자적으로 만든 돌격 변신 총 FG-42. 여기서 F는 당연히 팔슈림, 낙하산이라는 뜻이다.
이와 달리, 독일 육군은 ‘쿠르츠’라는 약간 작은 탄알을 쓰는 신형 돌격총을 만든다. STG-44.
ST라는 건 ‘스투룸’으로, 원 뜻은 폭풍이나 독일 군에선 그 단어를 돌격이라는 의미로 전용한다. 그런데 전쟁이 끝난 뒤 이 두 총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서로 다른 운명을 맞는다. 한쪽은 소량 생산, 한쪽은 대량 생산이 됐으니. 한쪽은 많이 잡아줘야 4천 정, 여기엔 2천 정 정도라는 설도 있다. 다른 한쪽은 40만 정을 훨씬 오버하는 숫자. 따라서 육군에 비해 공군의 총은 200분의 1까지 된다.
*독일 육군의 폭풍 돌격총 STG-44. 이후 전설이 된다. 출처: wikimedia.org
육군의 총은 전설이 된다
이 대량 생산된 육군의 STG-44는 나중에 독일이 양분되고 소련의 위성국가인 동독이 들어서자, 그들(동독 육군)의 정규 장비로 채택된다. 그리고 동독군의 퍼레이드 때 이 총을 든 대열이 베를린 시가지를 행진하는 걸 자주 볼 수 있었다.
총 자체는 또 소련으로 건너 가,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게 된다. 이 총을 뜯어본 젊은 총기 설계자 칼라시니코프가 적지 않은 부분의 메커니즘을 참고, 신시대의 자동소총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아우토 칼라시니코프 'AK-47'이다.
STG-44 오리지널은(나치 독일 생산 분) 이후 벌어진 수많은 군소 전쟁에 나타나 불을 뿜는다. 튼튼하고 자동 사격이 잘 되는 데다, 그렇게까지 무겁진 않기 때문. 우리 국군이 70년대까지 사용했던 M-1 보다 가벼우면 가벼웠지 무겁지 않은 웨이트. 그래서 북 아프리카에서부터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계속 사용돼 왔는데, 위키피디아에서 보면 한국전에서도 사용됐다는 기록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레스트리스(restless), 제2차 대전 이후에도 휴식이 없는 돌격총 STG-44. 장소가 어디인지 모른다. 아마 중동 어딘가의 분쟁 지역? 출처: yimg.jp
그런데 이 낙하산 부대 FG-42는 그렇지 못했다. 워낙에 소수가 만들어졌던 까닭이다. 그래도 딱 한 군데는 사용됐으니...
유일한 전쟁터, 베트남
그것은 의외로 베트남 전. 나치 독일이 망한 후, FG-42가 사용된 유일한 전쟁터다.
“베트남 전에서?”
그럼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확률이 매우 낮다고 해도, 우리 육군의 2개 보병 사단과 1개 해병 여단이라는 다수의 병사가 참전했는데, 혹시 우리 병사들과의 교전은?
아마 그런 경우는 없었을 거 같다.
미군이 참전하기도 전, 베트남 전 초기, 그러니까 프랑스가 끝까지 베트남을 자기네 식민지로 두려 했을 때의 전쟁. 그때 베트남에는 베트민이라는 항전 조직과 군대가 있었는데, 그때 프랑스 군에 의해 사용되지 않았을까? 독일이 항복한 뒤 전리품으로 압수한 이 변신 돌격총을.
그러다 프랑스 외인부대까지 투입됐던 그 유명한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결국은 패배, 베트남에서 손을 뗄 때, 이 FG-42를 남기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게 베트민 손에 들어가지 않았나 하는 필자의 개인적 추축이다.
*디엔 비엔 푸 기지를 지원하기 위해, 지금 프랑스 공수대원들이 낙하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인들은 이들을 쳐부수고, 살아남은 프랑스 병들을 모두 포로로 잡는다. 출처: ibtimes.co.uk
그렇다고 해도 베트민이 노획한 이 FG-42, 미군이 개입하면서 다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을 때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같이 해 본다. 워낙에 들어가는 총알 자체가 달라, 소련 총알도 미군 총알도 집어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위스에선 달랐다.
정식 카피 생산된다
알다시피 스위스는 대단한 군사 국가다. 작은 나라인데도 무기의 개발과 장비에 매우 충실하다. 예전부터 중장갑 기사들을 죽이는 데는 이들이 최고였으며, 무기 역사에 있어 유명한 ‘할리버트’라는 도끼 창도(우리 말로는 미늘창이라고 하나?) 스위스에서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제2차 대전 중에도 스위스는 독자적 전투기를 개발할 정도였고, 전쟁이 끝나자마자 체코에서 생산 중인 독일군의 걸작 경량 탱크 디스트로이어 ‘헷쳐’도 도입, 기갑전력으로서 대량 장비한다. 알프스로 들어오는 적의 탱크는 모조리 잡아버리겠다며...
*스위스가 2차 대전 전부터 개발해 온 C3603 전투기. 전쟁 기간 중 200여 대 가까이 생산됐다. 출처: yakuk.com
그리고 스위스는 낙하산 부대의 총, FG-42에 필이 꽂힌다. 복제 생산을 시작,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대량 생산까진 가지 않는다. 1정으로 여러 가지 임무를 맡게 한다는 건, 메커니즘이 복잡해지고 생산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등, 병사들 기본 장비로서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선가?
그래서 FG-42는 ‘역시 운이 없는 총이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번엔 바다 건너 미국에서 달려든다. 그리고 그들은 합리적이었다.
“여러 기능은 다 집어치우고, 오직 한 가지 기능만 살리자!”
“경기관총이다. 보병을 조금 뒤에서 지원하는 경기관총!”
그게 미 육군의 M-42, 존슨 경기관총이다.
*불운의 총 FG-42를 그대로 베낀 존슨 경기관총. 42라는 번호와 양각 형태도 거의 똑같다. 출처: wikimedia.org
애석하게도 이 총 역시 성공하지 못한다. 총이라는 건 총기 회사의 개발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군과 궁합이 맞아야 한다. 미 육군에선 대량으로 장비할 마음이 없었나 보다. 그러나 FG-42는 또다시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이번엔 터진다. 처음으로 대량 생산이 시작된 것이다.
미 육군의 정식 경기관총으로!
우리 국군도 대량 장비한다.
2차 대전 때의 독일과 전혀 관계가 없을 법한 우리 국군에도 연결돼, 정식 채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M-16이 우리 군 기본화기가 된 것처럼. 베트남 전 때문이기도 한데, 당시 미군이 사용한 경기관총 M-60이 그것이다. 형태는 달라도 작동 기능을 그대로 따온 보병 지원용 경기관총.
*국군이 사용해 온 경기관총 M-60. 출처: wikimedia.org
M-60은 상당히 우수한 화기로 베트남의 미군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들의 애칭은 피그(돼지), 당연히 그들과 무기 체계가 같았던 국군도 공용화기로서 정식 채택한 것이다.
물론 21세기인 지금에 와서는, 나중에 나온, 같은 장르의 총들보다 무게가 나가고 워낙 오래된 설계라 올드하단 평은 들어도, 여전히 튼튼하며 총알 잘 뿌려대, 우리 군 뒤쪽의 후방 부대에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1941년 때 실시된 크레타 대 공수 작전과 그 작전의 충격으로 인해 계획되고, 천재적 설계자 ‘루이스 스탄케’가 만든 8색조 변신 팔슈림 게베르 FG-42. 비록 형태는 많이 달라졌어도,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 국군의 동반자 내지 충실한 지킴이로서의 길을 걸어와줬다는 사실은 자못 흥미롭다.
보병 전투의 기본은 경기관총이 지원 사격해 줄 때, 약진이 시작되니까.
“1조! 약진 앞으로!”, “2조! 약진 앞으로!”
이때 뒤에선 M60이 적진을 향해 총알을 뿌려주고.
“투! 투! 투!”
<독일 공수부대의 변신소총 FG-42, 3부작 끝>
김은기의 커피 테이블 토크
*제공 @wenaon
현대에 와서 부활하는 FG-42
총기 마니아라면 특히 실총 수집가라면 누구나 FG-42를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누구나 가질 수 없다. 비싼 가격 때문이다. 그 무게의 황금보다 비싼 걸 어찌 구입하나? 헌데 그리 비싸지 않게 구입하는 길이 있다.
레플리카나 모델 건도 아니고 에어 건도 아닌 실총이다. 현대의 총기 메이커들이, 실물과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총을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런 걸 ‘리프로덕션(Reproduction)’이라 하던가?
*현대에서 살아나는 FG-42, 진짜 탄알을 쏘는 실총. 출처: youtube.com
단지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총알.
2차 대전 당시의 7.92밀리 총알을 구하기 어려워, M-1 소총 등에 쓰였던 나토 스탠다드 7.62밀리 등을 쏘게 하는 거 같다. 또 시중에 가장 흔한 9밀리 구경 타입도 있고.
그러나 많은 수량이 만들어진 육군 쪽 STG-44는 제법 많이 남아 있어, 오리지널 실총이 유튜브에 많이 보인다. 물론 원래의 그 ‘쿠르츠’ 탄을 쓰는지 모르겠으나.
*스톰 게베르 STG-44 돌격총의 실사. 출처: youtube.com
뭐라고? 한반도에서 두 총의 대결?
FG-42에 대한 시리즈를 끝내려는데, 갑자기 어떤 생각하나가 떠오른다. 몹시 흥미로운 생각. STG-44와 FG-42, 이 두 돌격총이, 모두 한반도에서 대결을 펼쳐 왔다는 사실.
결코 억지는 아니다.
하나는 북한의 개인화기로,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공용화기로. 그것도 4~50년 넘게.
그렇지 않은가?
북한의 ‘아카보’ 총은 A,K라는 알파벳의 소련식 발음 아, 카, ‘보’는 보병으로, 그래서 AK-47로 알려진 이 총은 북한 인민군의 아카(AK) 보병총. 다시 말해 ‘아카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카보의 원조는 알다시피 소련 칼라시니코프를 거쳐 독일 육군의 STG-44.
또 우리 대한민국 육군 M-60의 원조는 루프트 바페(독일 공군)의 FG-42. 바로 그 전설의 돌격총들 후예가 한반도에서 대결 아닌 대결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국군의 K-1 탱크인 듯한데, 독일 FG-42가 오리지널인 M-60이 달려있다. 출처: armyrecognit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