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20 타이거 샤크를 마지막으로,
'도입할 뻔한~' 시리즈를 끝낼 작정이었다.
그런데 어떤 전투기가 하나 떠오르지 뭔가?
특이한 전투기다.
꼬리 날개가 꼬리에 있질 않고
앞에 달린 독특한 형태의 전투기.
*앞에 있는 날개는 카나드라 한다. 출처: warbirdsnews.com
"아니 이런 전투기가 우리 공군에?"
70년대 후반기 쯤 도입 이야기가 있었다는 거다.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필자도 처음 듣는 얘기.
2~3년 전인가?
인터넷에 옛 경향 신문 기사가 나왔는데,
거기에 나온 내용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 전투기 도입을 생각하고 있었다.'
주 날개는 더블 델타익이라 하는 이중 삼각형이고,
카나드라는 또 하나의 작은 델타 익이 앞에 달린 전투기.
사브(SAAB)-37 빅겐(VIGGEN)!
당연히 이 빅겐이라는 이름,
영어로는 썬더볼트, 우리말로는 ‘벼락’이다.
그래서 흔히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북방의 천둥 벼락."
세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투기는?
세상에는 많은 전투기가 있다.
어떤 기체는 퇴역을 해, 박물관을 지키고 있으며,
어떤 건 전성기를 지나 퇴역을 준비 중이다.
또 어떤 건 최신형기로 분류돼,
테스트 플라이트에 매진하는 것도 있다.
모두가 다 설계진의 이상과 땀이 들어 가 있고,
모두가 기능미(機能美) 있는 기체들이다.
그런데 항공 팬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기체는 따로 있다.
어떤 '로맨스' 같은거, 대표적으로 F-14 톰캣.
*그 유명한 졸리 로져 전투 비행대의 F-14 톰캣. 문제의 초장거리 미사일 피닉스가 동체 아래에 있다. 출처: oldgloryprints.com
필자부터도 32분지 1 초대형 사이즈 실제 모형과,
뜯지도 않은 걸 박스 체로 따로 가지고 있을 정도니..
전 세계 프라모델 메이커라면
아마 제품화 시키지 않는 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소장품과 같은 레벨 사 32스케일 톰캣. 출처: ebay.com
책도 계속 나온다.
현역에서 사라진 지 꽤 오래된 기체인데도 말이다.
물론 "탑 건"이라는 영화를 빼 놓을수도 없다.
톰 크루즈와 함께 공동 주연이나 마찬가지였던 영화.
그런데 톰캣 다음의 전투기는?
인기 순위로 세컨드 랭커는 누구일까?
북방의 천둥 벼락
사브 (Saab)-37 빅겐이 아닐까?
*아~카나드에 더블 델타, 참으로 기묘한 모양새다. 출처: airliners.net
우리 한국이 한 때 도입하려 했다는 스웨덴 전투기.
물론 필자의 개인적 의견이기는 하나,
이에 공감하는 항공 팬들도 꽤 많을 거라 생각된다.
전투기의 인기가 많다는 건
두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나는 형태에서 나오는 형태 미학이다.
다시 말해 멋진 생김새.
그러나 그걸로 끝나선 안 된다.
싸움꾼으로서의 기능이다.
전투기는 어디까지나 전투기 아닌가?
바로 이 두가지 요건인,
멋진 형태와 발군의 전투력.
이 두 가지를 놓고 본다면,
빅겐은 세컨드 랭커로서 전혀 꿀리지 않는다.
에어쇼의 최고 넘버 원 스토퍼
그러나 이 전투기도 톰캣처럼 현역이 아니다.
항모 갑판에 톰캣 비행대가 사라진 것처럼,
스웨덴 어느 비행장에도 현역인 빅겐 전투 비행대는 없다.
하지만 톰캣과 다른 건,
지금도 날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람들한테 자주 보여지고 있다.
유럽 각지의 에어쇼에서다.
*유럽 어느 비행장에서의 에어 쇼, 사진의 기체는 덴마크 공군의 F-16이다. 출처: airshows.co.uk
스웨덴 정부가 비행 가능 상태로 극소수를 보관 중인 까닭이다.
물론 나오기만 하면 단연 인기다.
그렇게 생긴 전투기는 매우 드물기 때문.
주 날개는 델타 익, 삼각형인데,
그것도 또 단순 삼각형이 아니다.
중간에 한 번 더 꺾어진다.
그래서 더블 델타라 한다.
그뿐인가?
앞에 또 작은 델타 익이 달려 있다.
카나드(Canard)라는 날개다.
*삼각영 주 날개에 각도를 한 번 더 준 더블 델타, 그리고 앞 부분 카나드, 6~70년 대의 빅겐은 진보 그 자체였다. 출처: falkeeins.blogspot.com
그리고 그 날개들은 다른 전투기가 갖지 못한 대단한 능력을 부여한다.
짧은 이륙 거리와 짧은 착륙 거리.
진짜 완벽한 스톨(STOL) 전투기다.
Short Take Off Landing, 스톨.
매우 짧은 거리에서의 이륙과 착륙.
*이착륙 성능, STOL로 볼 때 지금도 따라 올 전투기가 없다. 출처: wowoon.com
이것은 소련의 기습을 상정한 것인데,
활주로가 폭격으로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절단 나도,
나머지 좁은 활주로에서 이착륙을 가능케 하는 능력.
또 하나는 외부의 일반 자동차 도로 사용이다.
직선이 어느 정도 쭉 뻗어있다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주 활주로가 모두 파괴돼도,
빅겐은 시골의 어느 숲길에서 떠올라 요격이 된다.
*숲 속의 비밀 활주로. 물론 이 기체는 빅겐이 아니라 그리펜이다. 출처: defence-blog.com
그러나 이착륙 능력만이 다가 아니다.
무장도 다양하고 매서우니,
싸움꾼으로도 일급이다.
중거리 미사일이 있고,
단거리에서의 예민한 킬러, 사이드와인더에다
세상 모든 전투기들이 탑재한 것보다,
가장 강력한 파괴력의 기관포를 갖고 있다.
거기에 또 폭탄 탑재량은 어떻고?
그것도 상당하다.
*네델란드, 덴마크 등의 차세대 전투기 후보에 올랐는데, 이때 폭탄 탑재량은 F-16 화이팅 팰콘보다 많았다. 출처: i.ytimg.com
바로 이런 전투기에 대해 국내도입이 이야기 됐다는 것이다.
물론 디테일하지도 않았고, 양이 많지도 않은 오래 전 기사였으나...
어찌됐건 매우 흥미롭지 않은가?
그 더블 델타익 전투기 빅겐이 한국 공군에!!!
사실이라면 도입이 가능했을까?
그런데 두 가지를 생각해 보자.
도입에 대한 얘기가 팩트일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일단 팩트일 경우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진행이 됐고,
또 진행된다 해도 순탄한 과정을 밟았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걸림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돌들은 상당히 컸다.
길옆으로 치워내기 어려운 것들.
첫째,
스웨덴의 독특한 정책이다.
전쟁 당사국엔 수출 안 한다!
*빅겐은 모두 5가지 파생형이 있다. 그 중의 하나인 사진 정찰형 빅겐. 그래도 멋있다. 출처: combatsim.yeah.net
스웨덴은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지 않는 비동맹 중립 국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이런 걸 정해 놓았다.
"전쟁 당사국한테는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
우리나라가 바로 그 케이스에 해당되는 게 아닌가?
한반도에서 있었던 코리언 워,
한국 전쟁이 한참 전에 끝났다지만, 형식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휴전일 뿐이다. 전쟁 하다가, 잠시 쉬는 상태.
휴전선이 바로 그 단적인 예다.
전투 행위를 일단 중단하자고 양 쪽 사이에다 그은 선.
그러니까 축구에서 전반전 끝나고 하프 타임 중인 상태라는 거.
물론 지금에 와선 스웨덴의 그 정책이 많이 완화됐다고 생각한다.
그 증거가 미국이 아프간에서 많이 사용하는 칼 구스타프 대전차 로켓과,
우리 군의 다목적 전술차량 '하그룬드 BV206'도 스웨덴이 오리지널이다.
*스웨덴 제 관절 차량(?) BV206.국군에서는 박격포 등을 탑재한다. 출처: ppcages.com
그러나 당시는 1970년대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따라서 무기 금수 정책은 견교하게 유지됐을게 거의 확실하다.
(이 부분에 대해 스웨덴 무기 수출 담당자의 견해를, 필자가 읽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다.
바로 미국.
니들이 제3국 전투기를 산다고?
당시 박 대통령과 미국 카터 정권 사이가 매우 험악했다.
며칠 전에 필자가 읽은 인터넷에도 이런 게 있었으니까.
카터 정권의 미군 철수 위협(믈론 말 뿐이겠으나...).
한 미 간의 그런 먹구름이 끼여 있는데,
엎친 데 덮친데 격으로 타국 전투기를 사?
미국이 용인할 리 만무다.
"웃기고 자빠졌네. 한국을 누가 지켜 주는데. 엄한 나라에다 돈을 뿌려."
*화이트 하우스. 출처: thehill.com
백악관도 백안관이지만, 미 의회도 나선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한국 전쟁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평택이나 군산 등지엔 미 전투비행대가 있으니까.
따라서 미국의 압력은, 실제적이고,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스웨덴 전투기 '도입 불가'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애초부터 팩트가 아니라면?
빅겐 도입 건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이다.
처음부터 사실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
당시 스웨덴 언론에서는 어떤 보도도 없었다.
또 여타 해외의 매스컴을 비롯,
숱하게 많던 군사 계통 출판물에서도 다뤄진 적이 없다.
비밀로 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우리야 그렇게 할 수 있겠으나, 유럽 쪽에선 그렇게 못 한다.
신속 정확한 보도가 그들 언론을 먹고 살게 하니까.
하다못해 스웨덴 전투기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그러니까 40년 뒤의 봉인이 풀린 요즘의 인터넷 시대에도,
단 한 줄의 관련 기사가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추측을 한다.
'사실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향 신문의 그 기사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진 않는다.
따라서 어떤 이야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나가는 수준의.. 정도가 아닐까?
박정희 대통령의 빅겐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
수 십 년 뒤에 살과 뼈가 붙으며 기사화 됐을 거라는 추측 말이다.
사라진 사람과, 사라진 전투기
어찌됐건, 그 스웨덴 전투기와의 관계.
팩트가 됐건, 그렇지 않았건,
1979년 청와대 인근 궁정동에서 터진 총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그 후, 우리 공군은 미국 노스롭 사의 F-5 타이거를
제공호라는 약간 유치한(?) 이름으로 라이선스 생산하고,
그 뒤, F-16 화이팅 팰콘, 그리고 국산 초음속기 TA-50 골든 이글을 자체 생산하기에 이른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초음속 훈련기와 전투기 생산국 반열에 들어 선 것이다.
그리고 빅겐 도입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찾아보려 해도,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그 사이 빅겐은 2005년의 초겨울,
비행가능한 보존기 1~2대 남기곤 모두 퇴역을 한다.
1호기가 1967년에 초 비행을 했으니,
38년의 세월이던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
가끔 유투브로 빅겐의 플라이트 영상을 볼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플라이트는 지금 봐도 멋있다.
미라주나 F-16등의 스타일과는 확실히 다르기 때문.
그 두 전투기는 경전투기로 출발해서 그런가?
샤프하지만 중량감이 부족하다.
또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 2 같은 스텔스기들.
레이더 전파의 난반사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 그런지,
예전 전투기 같은 풍모가 결여돼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빅겐은 다르다.
샤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중량감이 있다.
파워가 큰 엔진이 들어가 있어 그런지 동체에 상당한 볼륨감도 있고,
참 좋다.
*휴렛트 휘트니사의 하이파워 터보팬 엔진이 들어가 있는 동체, 그래서 힘이 있으면서도 존재감이 느껴진다. 출처: saabsportclub.com
게다가 그런 동체에 카나드와 더블 델타 익이 달렸다.
이전까지 어느 전투기도 달지 않았던 날개들.
그리고 그걸로 인해, 중량감 있는 모습 속에,
스웨덴 설계자들의 진보적 터치가 느껴진다.
*제목은 빅겐 도그 화이트, 빅겐의 공중전인데, 필자가 좋아하는 동영상이다.
따라서 사진이나, 유투브 영상을 볼 때,
자연스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공군에 도입됐다면, 참 괜찮았을 텐데...'
김은기의 커피 토크
이제 '한국 공군에 도입될 뻔한 전투기'
이 시리즈는 얼추 마치는 거 같습니다.
빠진 게 있다면 F-18 호네트인데,
이는 노태우 정권 때, 차세대 전투기로 1차 결정이 됐으나,
나중 F-16 화이팅 팰콘으로 바뀐 사실은 익히 알려졌기에
다루지 않고 지나가려고 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호네트에 대한 글기도 한번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은기의 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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