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그때 패닉에 빠졌다.
세상을 살 때,
아주 멍청한 경우가 있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도,
그걸 걱정하는 경우.
더구나 거기에 대해
특정한 선택을 강요당하면 더욱이 그렇다.
예를 들면 이런 종류다.
"마누라하고 어머니하고 물에 빠지면 누구부터 구할래?"
인생을 살면서 이런 일이 언제 일어날까?
정말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답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을,
일어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해,
사람 우중충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남북 분단 속에 사는 우리나라엔,
적잖게 발생하는 일이다.
"서울 불바다"라는 것도 그 중의 하나.
인터넷을 찾아보니 1943년이라 나온다.
그해의 봄, 대한민국을 진동시켰던 이슈다.
판문점인가 어디서 남북 회담 비슷한 걸 하다가,
뭐가 마땅치 않은지, 북한의 별 것도 아닌 자가,
짜증내며 한 번 내 뱉은 말.
"이렇게 하면 서울을 불바다 만들겠다."
뭐 이런 식이었었나?
그러자 당시 취재차 왔던 우리 측 기자.
"우와~ 이건 찬스다!", "완전 특종! 특종!!"
즉각 기사화해 신문에 대서특필한다.
다음 날 부터 TV건 종이매체 건
온통 '서울 불바다'가 뉴스로 도배가 됨은 물론이다.
*왼쪽에 불바다 발언이 나온다. 그때 당시를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출처: newdaily.co.kr
저널리즘이라는 건, 그 북한 놈의 말에 대해,
신빙성과 가능성에 대해 분석을 해 보고,
더 정확히 하기 위해 전문가를 등장시키면 된다.
전문가가 뭣 때문에 필요한가? 그때 필요하지.
그런데 이건 뭐,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그렇게 할 수 있고,
시민들은 불바다 아래에서 끔찍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그냥 대서특필, 며칠 내내 주구장창(실제는 주야장천) 보도를 해 낸다.
정말 기가 막힐 일이다.
그 언론을 접하는 사람들이 누군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들이다.
당연히 불안에 떤다. 특히 한국 전쟁을 겪었던 나이든 세대는 더 그렇다.
불꽃놀이를 할 때, 젊은 사람들은 '멋지다~'라며 환성을 올리나,
전쟁을 겪은 노인 세대들은 전쟁 때를 떠올리며 불안해하기도 하니.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피폐된 나라의,
찌질하게 생긴 북한 놈 하나의(외모로 사람 차별은 안 되나, 그 놈은 그렇게 생겼..)
조동아리에서 나온 말 한 마디로, 우리는 한동안 불바다를 뇌리에 깔고 살아야 했다.
그러니 북한 놈들, 얼마나 재미있었겠는가?
"남반부 것들은 우리가 한 마디만 던지면 난리 나."
"낄낄낄.."
* "낄낄낄...", 이 철딱서니 없는 인간은 그때 뭘 배웠겠나? 당시 훨씬 더 어렸을 텐데. "남조선은 말로도 조질 수 있어?" 출처: telegraph.co.uk
북한의 서울 불바다, 가능한가?
그런데 진짜 서울이 불바다가 돼?
완전 개소리다.
서울이 얼마나 넓은데 불바다로 만드느냐고?
또 무슨 수로 만들고?
서울은 천 만 명이 사는 거대 도시다.
그리고 현대적 도시다.
거기에 또 불쏘시개 될 만한게 거의 없다.
태평양 전쟁시의 일본 도쿄와는 완전 다르다.
그때 대다수 일본 가옥은 온통 목재 건물에다가,
방바닥에는 다다미인가? 그런 걸로 깔려 있었고,
방공망은 거의 다 붕괴되어 가는 중이었다.
방공 전투기라고 해봤자, 엔진 마력 약하고,
고공 성능과 무장, 공히 빈약한 일본 전투기들...
그래서 그들은 역부족이었다.
*당시로서 세상 모든 폭격기와, 한 차원 달랐던 B-29. 출처: warfarehistorynetwork.com
그런데 초고공의 4발 중폭격기 B-29는 수 십, 수 백 대가 연일 날아 와,
인화질물이 잔뜩 들어 간 네이팜탄을 투하한다.
그게 터지면 그대로 불길이 솟고 불길이 번진다.
목재가옥이 많은 도시, 불이 번지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서울은 어떤가?
거의 가 다 아파트 아니면 연립주택, 그리고 사무용 빌딩들이다.
철근과 철골, 시멘트로 짓는 건물이다.
그래서 불이 이 건물, 저 건물로 번지면서 불바다 될 어떤 건덕지도 없다.
아니 그 전에, 서울 상공으로 들어와,
폭격할 만한 변변한 기체가 북한엔 거의 없다.
*북한이 쓰는 A-5 판탄, 공격기, 중국 제로 파키스탄에서도 많이 쓰이는데, 탑재량은 그야말로 겸손 그 자체다. 출처: paf.gov.pk
조금 있긴 하나,
그것들은 발이 짧으면서 폭장량이 작다.
저들 용어로 전연 쪽에 출격해야 할, 전술 공격기들이다.
여기에서 핵 이야기는 말자, 그건 사용하는게 아니라, 폼 잡는 무기니까.
만의 하나 사용하려 든다면 그 다음 날로 평양을 비롯해 북한은 사라진다.
물론 장사정포와 미사일이 있다.
그런데 그것들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가?
군사 목표 타격용이다.
장사정포의 경우, 발포하고 찰나 후면
금방 카운터 공격이 벼락같이 들어와,
포대가 박살나는데, 한가하게 비 군사적 목표를 겨냥해 쏜다고?
그렇게 못 한다.
*북한의 선대 연합부대의 장거리 포병 화력 연습. 출처: donga.com
그리고 지대지 미사일들
그것도 서울 시민 사는 곳엔 안 날아온다.
그 없는 살림에 미사일을 만들어 놨는데
(미사일은 단가가 상당히 비싸면서 한 번 쏘면 끝이다),
그걸 상식적으로다 민간인들 사는 데다 왜 쏘느냐고?
휴전선 남쪽에는 한미 방어력이 집중되어 있고,
때려야 될게 수도 없이 많은데,
그리고 2~3초 후면 북한에 대한 대대적 타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는데,
남반부 서울의 연립 주택이나 골목길, 노래방, 25시 편의점, PC방,
아니면 서울 접경 지역 논밭의 비닐하우스에다 왜 쏘고 자빠졌는가 말이다.
만일 그들이 쏜다면, 그건 순전히 군사 목표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제대로 명중되느냐 하는 건. 나중 문제지만.
북한이 서울을 때리지 못 하는 진짜 이유.
또 하나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게 진짜 해코지를 못 하는 이유다.
잘못하면 시민들이 다칠까봐...
삼가한다는 건 아니다.
한미 연합군의 반격이며 복수, 이게 무서워.
그 다음엔 지들이 당하니까.
지들과 지들 가족만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평양이
곧바로 화염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과 미국의 물리력으로 가능하다.
우리 공군이 갖고 있는 F-4 팬텀 별명이 뭔지 아는가?
여러 개가 있지만,
그 중 재미있는 게 있다(특히 미국에서).
'Bomb Truck - 폭탄 트럭'이다.
*베트남 전 때, 폭탄 트럭 3대가 폭탄을 풀고 있다. 이 사진을 전에도 본 적 있는데, 그때 이런 글이 달려있었다. "저 구름 아래는 지옥일 것이다." 출처: yuku.com
그리고 역시 우리 공군의 F-16 화이팅 팰콘 탑재량도 팬텀 못지않고,
진짜 또 엄청난 게 있다.
F-15K다.
*우리 공군의 F-15K와 폭장류. 출처: tistory.com
그런데 미군에는 팬텀이나 F-15K를 뒤로 밀어내는 것들이 있다.
B-52 스트레이토 포트리스,
a.k.a. "성층권의 요새".
괌에서 날아오는 이 거대한 8발 전략 폭격기가,
SEAD, 즉 방공망을 뭉개버린 뒤의 평양 상공에서 폭탄 창을 열 때,
그때 평양은 어떻게 되겠는가?
'평양 불바다'다.
*엔진이 몇 개인가? 자그마치 8개다. 그 엔진 파워로 27톤의 폭탄을 나를 수 있으니, 이건 폭탄 트럭이 아니라, Bomb Arsenal - 봄 아스널(폭탄 공장)이다. 출처: rt.com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비싼 B-2 스텔스 폭격기도 빠지지 않는다.
당연히 밤에만 날아든다.
따라서 북한의 전쟁 윗대가리들은
서울을 때리고 싶어도 못 때린다.
자기네가 불바다 되니까.
북한의 트라우마
그뿐인가?
우리 대다수 국민들은 미처 모르는 게 있다.
북한의 전쟁 지도층한테,
짙게 각인 된 트라 우마에 대해.
그들로선 너무도 끔찍한 정신적 상처다.
한국 전쟁 때의 미군 폭격.
당시, 북한의 웬만한 도시는 다 잿더미로 변했다.
그 중에서 특히 평양은 두 번씩이나
미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됐었다.
우리야 하늘에서 "피~~휴~~"하면서 폭탄 떨어지는게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나 본 장면이지만,
저들에겐 실제로 겪었본 '트라우마'다.
*사진 제목이 ‘지도에서 사라진 평양’이다. 미 공군의 연이은 폭격 뒤의 처참한 평양 시가지. 제대로 된 단층짜리 건물도 없다. 그런데 잎사귀가 다 날아갔어도, 가로수 하나가 어찌 용케 서있다. 출처: 창비
그런데 저 사진,
저렇게 되기 바로 직전엔 어떤 상태였을까?
완전 불바다였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선 익숙한 단어가 불바다다.
*불바다... 원래의 그림 설명은 '1945년, 참혹한 일본'인데, 대동강에서 바라본 평양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출처: japanfocus.org
그렇다.
사실 '서울 불바다'라는 건 없다.
'평양 불바다'만이 있을 뿐이다.
(2부에 이어.)
김은기의 커피테이블 토크
"한국 공군에 도입될 뻔한 시리즈" 두 번째 글.
그때 이런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 "북한 방공망이 워낙에 강해, A-7은 별 소용이 없을 거 같다."
빨리 답글을 달아야지 생각은 하는데..
그런데 금방 달지를 못 했습니다.
이게 참 애매해서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결코 틀린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다고 또 백 프로 맞는게 아니라,
답글이 길어질 게 뻔했으니까요.
전투라는 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또 같은 무기라 해도
적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등
매우 유동적입니다.
태평양 전쟁 초기,
미군엔 형편없는 걸로 평가받던 두 전투기가 있었습니다.
에어라 코브라와 버팔로.
하나는 제법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일본기한테는 쪽을 못 펴고,
또 하나는 아예 희망조차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미 육군 전투기, 에어라 코브라. 출처: warbirdalley.com
*미 해군의 전투기 버팔로. 출처: fiddlersgreen.net
그래서 진작부터, 사라져 버렸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닙니다.
싸움터를 지구 반대편으로 옮긴 거죠.
하나는 러시아 동부 전선, 하나는 북 유럽의 하늘.
그리곤 언제 그랬느냐는 듯, 기를 펴고 싸우러 다니죠.
많은 에이스를 배출하기도 했고,
이국의 파일럿들한테 사랑을 듬뿍 받았고요.
같은 기체인데, 적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진 케이스죠.
이스라엘 공군은 욤 키프르 전쟁 때, 완전 죽을 씁니다.
소련제 방공망한테 털렸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중 베카 고원 상공에선 훨씬 더 정밀한 시리아 방공망을 깨부수며 다닙니다.
시대가 달라졌기에 그렇습니다.
미군의 A-10 썬더볼트도 마찬가지인데, 그건 상황에 따라 달라진 케이스죠.
조밀한 방공망의 소련군을 상대로 뭘 제대로 하겠어?
그런 우려 섞인 시선을 받으며 날아다녔는데,
웬걸? 걸프전에선 최고의 찬사를 받습니다.
"와우! 이 이상의 공격기는 없어!"
*터프니스 앤 파워! A-10 썬더볼트! 출처: airforce-technology.com
북한의 방공망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그 방공망을 완성할 때와,
지금은 세상이 많이 변했으니까요.
*58밀리 쌍발로 짐작되는 북한 방공포. 출처: chian.cn
어찌됐던 A-7 코르세어와 북한의 압도적 방공망에 대해,
좀 늦었어도 답글은 써야되겠다 하면서 이렇게 글을 써 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나지 뭡니까? 아예 완성된 글을 따로 써 봐?
북한의 방공망과 우리 공군의 배틀! 우리는 공격하고, 그들은 막고!
그거 괜찮겠는데?
한 회는 우리 공군의 평양 공습.
또 한 회는 남하하는 북한 기계화 군단을 깨부수기.
전투 메커니즘이 꽉 들어 찬,
하드한 내용일 거 같으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필자의 역량에도 벅찰 거 같고, 재미도 반감될 거 같으니까.
그래서 좀 소프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물론 팩트는 기본으로 깔아야 되겠죠.
사실 우리는 언제나 북한 군사력 확대 해석하고,
또 그들의 위협도를 강조합니다.
시간 당 몇 만발을 서울을 향해 쏘고,
방사포는 또 어쩌고 저쩌고,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어떻고.. 등등.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감을 느끼고 있는 것들은 약에 쓰려 해도 없죠.
저들은 언제나 어그레시브한 공격. 우리는 어정쩡한 수비.
그렇지 않습니다. 저들은 항상 불안에 떨며 삽니다.
가슴 속에 한국전쟁의 상흔을 갖고 삽니다.
거기에다 경제는 피폐해져, 사실상 '패배자의 영역'에 있습니다.
그러니 항상 성이 나 있고, 필요 이상의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죠.
한미 연습을 위해, 핵 항모 1척이 동해에 들어와도
자기네 공화국을 공습할 거라고 난리를 칩니다.
지들도 아닌 줄 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모든 도시와 시설들이 불에 타버린 생각을 하면..
그래서 거친 반응을 보이면, 우리는 또 그걸 대서특필합니다.
요즘 들어 자주 나오는 단어인 언론의 "안보 장사"죠.
"국민 여러분, 큰 일이 났습니다.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답니다, 이거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그래서 A-7 코르세어에 대한 답 글을 달려다,
아예 따로 시작한 게 바로 이 "평양 불바다"시리즈 입니다.
"불의 바다는 평양이지, 서울이 아니다."
"그리고 저들은 두 번씩이나 불바다 된 적이 있고, 앞으로도 또 불장난하면 한번 더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겉으로는 큰 소리 치나, 속으론 항상 겁을 먹고 있다."
그래서 첫 회를 이번에 마쳤고,
2부도 조만간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커피가 식어서, 이만.
[김은기의 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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