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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퉁수에서 밀리터리 블로거로

by wenaon 2017.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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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퉁수'에서 '밀리터리 블로거'로



집사람하고 같이 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다. 약간의 안면 있는 같은 층 아줌마와, 그녀의 중학생 두 아들이 있다. 인사를 한 뒤 약간의 데면데면한 분위기. 그래서 두 아들의 점퍼에다 눈길을 준다.


“그거 노스 페이스잖아?”


“예.”


“노스 페이스가 뭔지 아니?”


머뭇거린다.

“잘 모르는데요.”


고교 때부터 산에서 살다시피 했던 내게, 노스 페이스라는 건 아웃도어 브랜드 명이기 전, 어떤 숙명적 이름이기도 했다. 그래서 설명을 한다.


“페이스는 얼굴이 아니고, 바위 내지 바위벽이라는 뜻이야.”


“바위벽이요?”


“그래 바위벽, 노스 페이스는 그럼 북벽이 되지? 산의 북쪽에 있는 거대한 암벽.”


“아~”

두 아이, 관심 있어한다.


“그래서 노스 페이스는, 도전과 모험의 상징이 돼. 거기를 오르는 용감한 알피니스트의 상징도 되고.”



*알프스 고난의 북벽 ‘아이거’ 이곳을 오르면 세계적 알피니스트 반열에 들었다. 출처: wikipedia.org



*2008년 우리나라에도 개봉됐던 영화 ‘노르드 반드(북벽)’ 독일 영화라 국내 제목은 ‘노스 페이스’다. 출처: imdb 



“높디높은 산의 북쪽은 1년 내내 춥고 그늘져, 눈이 내리거나 얼음이 얼면 녹지도 않고 그냥 쌓이지. 그런데 그 벽을 오른다고 해봐, 얼음과 눈이 쌓인 빙벽과, 설벽 등반이 되니. 용감하고 뛰어난 알피니스트만 오를 수밖에.”


여기까지였다. 괜히 동네 애들 데리고 오버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누구도 누구지만, 층수가 마침 내릴 때가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사람. 현관 번호를 누르며 하는 말.


“하이고~ 집안 퉁수가 오늘은 또 엘리베이터 퉁수예요.”


집안 퉁수. 사전을 찾아볼 필요도 없이, 바깥에 나가선 별 볼일 없는데 집안에서, 또 식구들한테만 잘난 체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래 봤자 듣는 건 우리 아들뿐이지만... 그리고 그 말 뒤엔 당연히 따라 나오는 게 있었다.


“집안 퉁수 짓 그만 하고, 그걸 인터넷에다 써. 남들은 다 그렇게 하드만.” 


아들도 진작부터 그 이야길 했다. 아빠가 글만 쓰면, 자기가 블로그 만들어 관리하겠다고. 그래서 떠밀려(?) 시작한 게, 필자의 블로그 ‘김은기의 전생과 평화’다.


블로그 운영이 남들과는 좀 다르게.. 기민하지 못한게 바로 이런 이유다. 댓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도 일맥상통 하는... 지금은 따로 떨어져 사니까. 




강북에서 강남으로



강 건너 잠실에 사는 아들한테, 강 넘어 태릉 사는 아빠가 글을 보내면(물론 이 메일로), 강 건너에서 정리하고, 때에 따라선 ‘윤문’도 하는 형태. 윤문? 기존 글을 다듬어, 때깔 나고 윤기 있게 만드는 거다. 그래서 독자 분들껜 죄송하지만.. 답글을 잘 못 단다.


하다 못해 아직까지 난 ‘오유’나 ‘클리앙’등 내 글이 올라가는 사이트의 회원도 아니다. 가입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게을러서 그런가? 아니면 아들이 알아서 해 주니까? ..그리고 지난번에 한 번 가입하려 한 기억이 있는데, 잘 안된 기억도 있는 것 같다.


더구나 나는 아버지 세대에 속해, 인터넷에 덜 친숙한 편이면서, 또 이상하게도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는 것들과 데면데면하다(오늘 이 단어, 2번 써먹는다). 메커니즘을 몹시 좋아하는 데도 그렇다. 회색에서 은색으로 가는 메탈의 색깔, 그걸 ‘저맨 실버(German Silver)라 하나? 그 금속의 색깔, 금속의 느낌도 좋아한다.


소설 장르에서도 메커니즘이 들어가는 테크노 스릴러를 가장 선호하고, SF도 좋아한다. 그래서 축구나 농구 등의 스토리도 썼지만, 예전 ‘챔프’ 초창기엔 ‘헤비메탈 식스’나, 헬기 소재의 ‘블랙 코브라’, 그리고 전투기 만화였던 ’플라잉 타이거‘의 원작자로.. 참 즐거이 스토리를 쓰기도 했다. (플라잉 타이거는 연재 중, 지병으로 인한 장기 입원으로 부득이 중단됐다. 지금 생각해도 애석하다.)


그런데도 정작 실제의 기계나 그런 쪽을 다루는 데 있어서, 좀.. 부족하다. 오래전 사이언스 잡지에 그런 연구 기사가 나온 적 있다.



기계 쪽에서, 낯설어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 중엔 기계와 궁합이 안 맞는 사람이 있다고. 기계 쪽에서 그 사람과 친하지 않으려 한다는, 기계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과학 잡지의 기사(과학 잡지의 성격상 좀 독특한 기사였다). 라보(연구소) 사람들 중, 묘하게도 그 사람이 만지면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고장 나고, 아니 그전에 아예 다루는 데 있어 서툰 사람이 있는데, 내가 아마 그런 편인 거 같다.


예전 ATM기가 여기저기 설치되던 시절에도, 현금 인출기에서 남들은 돈만 잘 뽑는데, 나는 잘 안 된다. 그래서 뒤에 선 사람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어떤 땐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뒷 사람이 가르쳐 준 기억도 있다. 아니면 차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오든가. “아니 여태 안 뽑고 뭐해? 그게 뭐 어렵다고?”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예전에 쓴 만화까지 동원하고, 이런저런 궁색한 변명 비슷한 것까지 플러스 시켜, 쓰는 이유. 미안함이다. 그 수많은 블로그 중, 애써 찾아와 정성껏 써 줬는데, 역시 그럼 정성껏 답글을 달아야 하나, 그렇지 못 한데 대한 미안함. 특히 요 근래 ‘한국군 환상의 탱크 킬러, M-56’에서 바로 그 M-56 사진을 보내 주신 분. 정말로 고마웠다.


“아, 이런 사진이 우리 국군에 있었네, 화질도 괜찮고.” 누군가 ‘한국군 기갑 사’에 대해 책을 쓰면, 귀중한 자료가 될 것도 같다(물론 허가가 필요 하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그런 책 정말 괜찮다.


또 콘텐츠도 풍부하다. 왜냐하면 F-51 무스탕 하나로, 내내 한국전을 치른 공군에 비해 국군의 탱크 유산은 화려하니까. 이후 국산으로 K 시리즈 주력 탱크 3종류와 비호, 천마 개발과, 거기에 러시아 제 T-80U, BMP-3 등이 있으니, 글도 사진도 풍부해 지지지 않을까?



*한국군 기갑 세력의 정점. ‘흑표’ 출처: daum.net



또 정교하게 만든 프라모델도 사진으로 덧붙이고, 지금의 K 시리즈는 보안상 문제가 있다 해도, 예전의 M 시리즈 등을 몰았던 베테랑들과의 인터뷰 기사까지 집어넣으면 금상첨화. 본 글의 궤도에서 벗어난 이야기이나, 그러면 알찬 책이 돼, 첫 제작 부수는 무난히 소화되지 않을까?


다시 이번 글의 주 맥으로 돌아가는데. 답글 이야기다. 역시 미안하다는 얘기와, 새로운 마음가짐.



결론은 개과천선 하자!



예전 어느 카페에 글을 달았는데 주인장의 반응이 없자, 괜스레 나도 서운한 적 있었잖은가? 그래서 이제 되도록 열심히 쓰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더구나 블로그를 하면서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인털렉처 뱅크트’다.


밀리터리 전 분야에 대한, 영양가 풍부한 지적(知的)만남의 자리, 바로 그런 뱅크트(잔치, 파티)가 되려면 좋은 답글이 절대 조건. 더구나 이제부터 ‘진짜’가 시작되지 않겠는가?


아들한테도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금까진 맛보기 야!”.

‘맛보기’는 집사람 고향인 부산말로, 예고편 쯤.


“이제 정말 좋은 글들이 나올 거야. 밀리터리 쪽의 아카데믹한 부분을 포함해 진짜.” 


여러분 기대해 주십쇼.

예의 그 좋은 댓글도 계속 달아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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