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신을 위한 전쟁
아프간 전.
미군의 작전명 아나콘다로 시작된...
그러나 지금의 전투가 아니다.
7~80년대의 아프간 전.
소련의 전투다.
*출처: wikipedia
클레믈린의 늙은 냉전 주의자들에 의해,
아프간에서 벌어진 소련과 탈레반과의 싸움.
그들은 아프간에다 소련의 최정예 부대를 보냈다.
그래서 쉬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처음엔 그럴듯했으나, 가면 갈수록 미군이 베트남에서 겪었던 것과 똑같은 처지로 빠져 들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낯선 환경,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적의 중심은 탈레반, 그리고 무자히딘.
이슬람 신학생이라는 의미의 탈레반들,
세상에, 신앙을 위한 싸움처럼 헌신적인데다, 블라인드 훼이스(맹신)가 있을까?
*출처: wikipedia
그들에게 이 싸움은 아랍의 대의를 위하는 것이며, 알라를 위한 싸움.
그래서 숱한 아랍 형제 국이 지원을 하고, 거기에다 또 미국까지 끼어들었다.
데상트(낙하산) 부대, 후퇴하라!
지금 한 부대가 후퇴 중이다.
아프간의 산허리 사이에 이어진 좁은 도로.
기세 좋게 들어왔던 데쌍트 부대가, 되돌아 나오고 있다.
데쌍트라는 건, 러시아 어로 내려온다는 뜻, 정예로 이름난 낙하산 부대다.
그럼에도 부상자를 실은 트럭들, 그리고 덜컹거리는 장갑차들,
그 사이로 걸어가는 병사들 얼굴엔 피로감이 그득하다.
이 깊은 산골짜기로 들어와 2주 동안을 싸워왔건만,
치고 빠지는 탈레반이나 무자히딘에게, 눈에 띄는 전과는 올리지 못했다.
*러시아 화가가 그린 아프간 전쟁화. 피로감이 역력한데, 모두 AK소총인데, 맨 앞쪽(왼쪽에서 두 번째)은 분대 저격총 SVD ‘드라구노프’를 조준 중이다. 출처: c3.q-assets.com
산꼭대기에서, 능선에서, 바위와 바위틈에서 끊임없는 저격을 해 오는데,
심장이 터질 듯 헉헉거리며 올라가보면, 남아 있는 건 빈 탄피들.
방금 전 자기들을 향해 날렸던 총알 껍데기다.
그러자 칸다하르의 사령부에선 철수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철수도 여의치 않다.
그냥 도로를 따라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산허리를 파서, 아니면 계곡과 와지선 사이로 엉성하게 나있는 길을 따라 후퇴한다.
데상트가 분명 하드 트레이닝으로 단련된 최강의 부대이긴 하나,
플레이그라운드는 이런 데가 아닌 것.
유럽 지형, 특히 서부 유럽 이 최적의 그라운드 아닌가?
작은 언덕이 있긴 해도 대개가 들판이고 곳곳에 작은 숲이 우겨져 있다.
그 옆으로 잘 닦인 포장도로, 그 끝에는 아담한 도시.
그런 데서 시가전을 벌이고 들판에서 전투를 한다.
아니면 기갑부대가 진입하기 전 공중 투하돼, 교량이나 철도, 도로 등의 확보다.
그런데 여긴 뭔가?
진짜 정나미 떨어지는 데다.
뭐? 동쪽으로 쭉 가면, 히말라야하고 연결이 된다나?
맙소사, 히말라야!
*출처: wikipedia
그런데 문제는 지금.
게릴라 전법이라는 게 적이 공격하면 후퇴하고,
적이 후퇴하면 어느새 모여들어 공격해 오지 않나?
탈레반들이 그 짓을 하기 때문이다.
산 능선을 계속 타고 이동하며, 자기네를 쫓아온다.
거기에다 숫자도 점점 불어나는 거 같다.
그리고 염병할 도로 위 지뢰!
방금 전 트럭 1대가 불길 속에 타오르고,
그 안에 있던 부상자들의 끔찍한 비명이 들려오지 않았나?
그런데 하인드는 뭐 하고 있나?
하늘에서 산 위 개자식들을 박살 내는 하인드!
*사진 속 하인드, 뭔가 모르게 불길하다. 출처: i.kinja-img.com
하인드들이 멀리서 빙빙 돌뿐, 가까이 내려 올 생각을 안 한다.
양키의 CIA가 보급해 준다는 스팅어 미사일 때문이다.
어깨에 들고 비행기를 쏘는 견착 식 미사일.
엔진의 열 흔적을 따라가기에, 이런 지대에선 더 잘 먹힌다.
지대가 높은 산정 근처에는 공기가 매우 차니까.
*Mi(미르)-24, 하인드. 처음엔 산 위의 탈레반에게 저승사자였으나, 나중엔 밥이 된다. 스팅어 때문. 출처: businessinsider.com
누군가 걸어가면서 내뱉는다.
"이런 개 같은 데가 어디 있어?"
더군다나 산속의 저녁은 더 일찍 찾아오지 않나?
그것도 아프간에 들어와서 알았다.
참! 그놈의 터널도 있지.
산속으로 들어올 때 통과한 터널이다.
어느 부대였지? 사령부에서 숨기고 있지만,
터널을 통과하다가 모두 몰살당한 거 다 안다.
탈레반들이 터널 앞과 뒤를 막아버리고선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둡기 전에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데,
산 위에서의 저격에다, 틈틈이 쏘아대는 RPG가 움직임을 더디게 한다.
그때였다.
대원 중 하나가, 하늘을 보면서 외친다.
“저게 왔어---”
“뭐가?”
“저기 있잖아! 저기---”
데쌍트들이 일제히 하늘을 본다.
거대한 괴조(怪鳥)와 거대한 물건
그리 빠르진 않다.
날개가 뒤로 길게 젖혀진 커다란 폭격기.
"아~ 투폴레프다! 폭격기 투폴레프!"
공격헬기 하인드의 퇴장이, 바로 저놈 때문이었어.
*출처: ausairpower.net
역시 놈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행동이 빠르다.
그 즉시 커다란 물건 하나가, 동체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곤 급히 고도를 올린다.
혹시나 스팅거가 날아올까 봐, 불꽃같은 걸 사방에 터뜨리며.
그때 들려오는 늙은 하사관 소리!
“멍청이들아--땅에다 코 박고 귀 막아----.”
그렇지! 잘못하다간 귀청 나간다. 아니 내장이 파열돼 피가 코로 줄줄 나올 수 있다.
모두가 머리를 숙이며 양손으로 급히 귀를 막는다. 누구는 AK 실탄 파우치로 머리까지 덮는다.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
“콰아아앙!!!!”
어떻게 저런 큰 소리가! 거의 산 하나가 무너져 내리는 듯 한 굉음이다.
뒤이어 또 다른 소리.
“드드-드-드-드-드------”
“드-드-드-드---콰르르르.”
“쿵, 쾅, 광, 쾅!”, “쾅! 쾅!”
바위 돌이 계속으로 쏟아져 내려가는 소리.
산등성이가 그대로 날아가 버렸으니까.
고개를 들어보니, 조금 전까지 총과 RPG를 쏘아대던 그곳 산 정상이, 자욱한 먼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먼지 틈으로 보이는 건, 참혹히 날아 가버린 산 정상. 적어도 1~20미터는 잘려 나간 듯하다.
거기서 총을 쏴대고 RPG를 날리던 이슬람 개자식들!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콰아아앙!!!!!”
이번엔 뒤쪽이다. 그들이 후퇴해 온 산길.
또 하나의 투폴레프가 급히 방향을 트는 게, 먼 산 능선 위로 보인다.
“드, 드, 드, 드, 드----”
그쪽 산이 흔들리는 듯 소리 몹시 중후하다.
뒤이어 점점 더 확산되는 거대한 흙먼지와 연기.
나이 든 하사관이 허리를 펴면서 말한다.
“그 엄청난 걸로 우리가 왔던 길을 뭉갠 거야!”
이어진다.
“탈레반이 쫓아오질 못 하게.”
산 덩어리 파괴 폭탄과 괴조(怪鳥)의 정체는?
이 이야기는 거의 실화에 바탕을 뒀다.
데쌍트는 실제 낙하산 강하 부대로,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돼 격렬한 전투를 전개했다.
날아온 폭격기들은 제 185 장거리 폭격 연대 소속.
그리고, 투하한 건 소련 공군 공식 명 FAB-9000M으로 초대형 물건이다.
숫자가 나타내듯 9000 킬로그램, 9톤이라는 엄청난 무게.
*문제의 이 ‘산 뭉개기 ’폭탄 FAB-9000M. 냉전 시대 초기에 개발됐고, 목표는 미 항공모함 갑판이었다. 출처: acig.info
아마 그 정도 폭탄은 지금 지구 상 어떤 나라도 쓰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예전에도 아마 쓰이는 데가 없었을 것 같고.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 항모를 격침시킨 폭탄은 1천 파운드 짜리.
그러니까 0.5톤이 채 안 되는 것들(450 킬로다).
*항모 아카기는 450 킬로그램 한 발로 끝났다. 물론 소류는 세 발이었지만. 출처: blogspot.com
따라서 이게 얼마나 거대한 폭탄인 줄 짐작되고도 남는다.
원래 미 항모 격침용으로 만든 건데, 아마 그 폭격기가 이걸 달고 뜰 때,
승무원들은 뒤 쪽 엉덩이가 몹시 무거웠으리라.
폭장 한도를 초과해 실으면, 쉽게 뜨질 않고 활주거리가 멀어지니까.
(이 폭격기의 최대 탑재량은 8톤이다.)
문제의 중국 폭격기
그런데 이 글의 주제는, 중국 폭격기다.
KADIZ(한국 방공 식별 구역)로 들어온 10대의 폭격기.
'아프간과 무슨 관계가 있나?'
관계가 있다.
바로 그 무지막지한 폭탄의 괴조가 그것들과 동일하니까.
그 폭격기의 소련 명칭은 TU(투포레프)-16,
나토 명 뱃져(Badger, 오소리)다.
*자체 공허 중량 40톤 정도. 최대 이륙 중량은 70톤을 넘어 80톤 가까운 상당히 큰 기체다. 그래서 거의 전략 폭격기에 속한다. 출처: wikipedia
그러나 폭격기가 아니다, 굉격기(轟擊機)다.
물론 중국에선 TU(투포레프)-2라고 하지 않는다.
그들 명칭이 따로 있다.
H-6.
중국 발음으로는 홍-6(Hong-6).
홍은 중국 발음으로 굉(轟)인데, 굉은 울릴 소리 공으로 천둥소리, 심하게 터지는 소리 아닌가?
그래서 이 굉에다 격(擊)과 기(機)를 붙여 굉격기(轟擊機), 중국에선 폭격기를 뜻하는 명칭이 된다.
그들은 폭격기라는 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폭격기는 일본인들이 만든 명칭.
“아니 그것들이 만든 걸 왜 우리가 써? 한문도 우리가 만들었는데.”
그래서 중국의 무기 이름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
전투기를 섬격기(殲擊機)라 하는 것도 그 예다.
하늘의 적기를 다 죽여 섬멸(殲滅)해 버린다는 의미의 섬격(殲擊).
그렇다면 중국판 뱃져, 이 굉-6는 어떤 폭격기인가?
(2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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