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이다. 한반도 아래쪽 경남의 어느 비행장. 정비요원들, 활주로 옆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저거 사 올 때 무지 시끄러웠지?”
그곳에 긴 날개를 자랑하며 H-6K가 있다. 한국 공군에서 가장 큰 C-130 허큘리스 수송기와 비견되는 대형 기체.
*수송기 중의 베스트셀러, 허큘리스(헤라클레스). 날개가 약간 길지만, 동체 길이는 H-6K보다 짧다. 출처: worldwide-military.com
“미국이 대놓고 반대한 것도 반대지만, 우리 파일럿들도 찜찜해했어.”
처음엔 그랬다. 듣도 보도 못 한 중국제 폭격기니까.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점점 평이 좋아진다. 조종이 스무스한 데다, 탑재량이 엄청나다. 또 의외로 연료 소모가 적다는 것. 대구 기지의 F-4E 팬텀과 비슷하다고 할까? 2배 이상 크고, 무거운 폭격기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비원 하나가 말을 꺼내자, 그를 쳐다보는 동료들.
“실제 전쟁이 터져 평양으로 들어갈 때, 제대로 살아 돌아올까? 그런 거.”
“걱정 마셔.”
제일 연장인 하사관이 그의 어깨를 치며 말한다.
“조명호 중령님이 그래. 1대도 안 떨어진다고.”
“단 1대도요?”
조 중령은 이 기지의 폭격대 지휘관.
*출처: airliners.net
1대도 격추되지 않는다!
조명호 중령 역시, 본부 창문에 서서,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H-6K를 도입하려 할 때, 반대쪽에서의 논리는 2가지였다. 하나는 미국이 싫어한다는 거. 또 하나는 성능 문제.
“아니 걸프전에서 그 난다 긴다 하는 다국적 기들도 떨어지던데, 대공화기나 미사일에 견디겠어?”
“견딜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작전 고도.”
도입 찬성 쪽의 답이 이어진다.
“5천 미터 이상의 고공에서 폭격을 합니다. 북한의 야전 방공화기가 못 올라오는 고공.”
“그래?”
“그 높이로 올라오는 북한의 야전 방공 화기는 드뭅니다. 대구경이 있다 해도, 그건 발사 속도가 늦고요. 더구나 채프와 플레어를 대량으로 투사한 다음, 폭격에 들어 가죠.”
*플레어와 챕을 투사하는 F-16. 불꽃이 플레어인데, 사진에서 챕은 아주 작은 점이라 잘 안 보인다. 출처: airshows.org.uk
“물론 평양 같은 덴 솔직히 H-6K로 어렵다는 거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선 출격 순위가 평양이 아니죠. 휴전선 인근이고, 또 전쟁이 터지면, 초기 승패의 결정은 그곳에서 나오니까.”
그래서 도입 쪽으로 결정이 난 것이다. 미국한테는 단지 6대만 도입하고, 그 이상은 없다는 걸 약속하고. 이런 기억을, 조 중령이 하고 있을 즈음...
거기서 한참 올라 간, 서해의 백령도 인근. 1척의 해군 수상 전투함이, 지금 필사적인 '데미 컨' 작업을 하고 있다. '데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의 약자. 군함이 손상을 입은 뒤, 모든 선원들이 죽자 살자 달려드는 긴급 손상 복귀 조치.
*출처: blogspot.com
황해도 해안 기지에서 쏜 북한 미사일을 방금, 맞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침몰은 면할 것 같으나, 많은 사상자가 나온 뒤. 이건 평양의 의도된 도발이었다.
한반도의 전운(戰雲)
*출처: a142.idata.over-blog.com
두 종류의 폭탄이 지하 창고로부터 나와, 활주로로 옮겨진다. 상당히 큰 250킬로 폭탄과, 그 보다 적은 건 100킬로. 그것들은 한국 공군의 신형 폭격기 날개 밑과 폭탄 창에 조심스레 들어간다.
정비 요원이 쓴 글이, 탄두 부분에 보이기도 하고. ‘김정은한테 주는 선물. 옛~다, 먹어라!’
“평양 택배! 정확한 배달 부탁.”
*출처: i64.tinypic.com
일주일 전 한국이, 서해 도발 행위에 대한 보복 행동에 나섰기 때문. 당시 은밀히 추적 중이던 동해의 북한 소형 잠수함을 그대로 격침. 예전과는 다른 한국 정부의 결단을 보여준다.
한판 해 보겠다는 결심. 여기에는 군사력에서의 자신감이 배경에 깔려 있었다. 대한민국은 월등한 경제력으로, 군사력을 계속 늘려오지 않았던가?
“오냐,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 봐라. 그냥 묵사발 만든다.”
그래서 국방부는 다시 북한한테 강력한 경고장을 띄운다.
“만약 남침 대비용 병력을 임진강 북쪽에 바짝 붙이거나, 후방 부대를 임진강 주변 80킬로 지점까지 이동시킬 시, 그 사이를 ‘살육지대(殺戮地帶)’로 선포한다!”
그 안에 들어오면 다 죽이겠다는 선포.
*출처: businessinsider.com
물론 여기엔 국방부의 이런 계산도 있었다. 핵에 대한 계산. 지금 대치 상태가 대규모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그래서 한, 미 연합군이 휴전선을 깨고 쾌조의 북진! 평양을 완전 점령하는 게 아니라면, 다시 말해 휴전선 주변의 국지전에 그친다면 북한의 핵이 ‘쇼 윈도우 안의 핵’이라는 계산.
전쟁의 신 H-6K, 출격하라!
“에에에엥~ 에에에~.”
갑자기 비행장 여기저기에 사일렌이 울리고, 대기실에서 우당탕 뛰어나오는 파일럿들.
“진짜 터졌어--터졌다고---.”
“스크럼블----.”
개성 근처, 그리고 임진강 북쪽에다 대량의 부대를 남하시켜 놓은 뒤, 서해 5도에 대한 대대적 포격이 시작된 것. 그건 살육지대로 만들겠다는 국방부의 선포를, 대 놓고 무시하는 짓거리.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폭격이다.
“캬아아아아---.”
H-6K 동체 옆의 커다란 엔진 하우징에서,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비아드비가텔’이라는 소련제 터보 팬 엔진이다. 이게 예전 기체들과 최신형 H-6K 전신과의 차이.
*출처: jeffhead.com
첫 번째 기체가 전열에서 나온다. 연달아 뒤따르는 H-6K들. 랜딩 기어가 활주로를 박차고 오르자, 커다란 기체도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뒤이어 방향을 북쪽으로 돌린다.
“그 고약한 버르장머리, 다 뜯어 고친다.”
*출처: military-today.com
목표는 임진강 북쪽. 그 곳 1만 5천 피트에 도달하면. 폭탄을 풀어놓는다. 6대가 합치면 200톤이 넘는 양. 그 아래는 그럼 어떻게 되나? 파괴의 신이 강림한 땅으로 변한다.
말 그대로의 살육지대다. 사람이고 뭐고, 전차고 자행포고 뭐고, 모두 엉망이 된다. 만약, 그 안에서 살아남은 인민군이 있다면, 혼이 다 나간 상태일 것. 몸도 성치 않을 게 뻔하다. 누구는 내장 파열로 코에서 피를 쏟거나, 누군가는 고막이 나간 멍한 상태일 테니.
임진강 북쪽의 살육 지대
사리원을 출발, 밤에만 기동하면서, 지금 개성 근처로 내려오고 있는 북한 땅크 부대. 선봉으로서 내려오는 2개 여단이다. 차체와 포탑 위에는 나무 잎과 그 줄기, 그리고 풀까지 뽑아 위장을 해, 거의 뭐 움직이는 작은 숲들이다.
그들 보다 몇 십리 앞서, 보병 부대들도 집결 중이다. 또 가장 맨 앞에는 도강 공병들. 임진강에다 다리를 놔야 하는 병사들이다. 명령이 떨어지면 그 날 하루, 거의 다 전사할 지 모르는 선봉 전투 공병들. 그런데 갑자기 대공화포의 발사 소리.
“콰! 콰! 콰!”
구경이 작은 대공포의 연사음도 들려온다.
“탓! 탓! 탓! 타!”
동시에 고함치는 소리도.
“반 항공----”,“ 반 고오옹ㅡㅡㅡㅡㅡ”
아니, 벌써 남반부 항공기가 나타나? 동시에 견착식 미사일이 올라가는 궤적도 보인다. 여러 개의 하얀색 줄기!
“어디야? 어디?”
어지러운 불꽃들이 높은 하늘에 보인다, 그것은 비행기가 뿌려 놓은 듯. 공화국 미사일에다 혼란을 주겠다는 의도인 듯! 그 사이로 비행기 면영(面影)이 있다! 문제는 그 아래 까만 것들이다. 폭탄이다. 폭탄을 투하했다! 남반부 비행기가!
*제2차 대전 시, B-17 편대의 폭격. 출처: smithsonianmag.com
폭탄 숫자가 점점 많아진다. 여러 대가 한꺼번에 투하했기 때문이다. 도망가야 한다. 여기서 도망가야 해. 아니면 죽어! 그러나 늦었다. 카펫 보밍(Carpet Bombing), 융단 폭격이다. 따라서 정확성은 필요치 않다. 일정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니.
*출처: sputniknews.com
북한 철봉각
평양 위쪽 북한군 지하 전쟁 지휘소, 철봉각. 김정은은 기가 막혀서 그저 벽에 붙은 조선반도 지도만 보고 있다. 820 땅크 지도국( 전차 군단)의 선봉으로 내려 보냈던 2개 여단이 절단 났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성 쪽의 기존 사단도 많은 피해를 입었고.
“갑자기 하늘에서 포탄의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참담한 얼굴로 보고를 계속하는 지휘소 장령.
“모든 길과 들판, 거기에 산허리까지 다 폭명(爆鳴) 속에 난리 가 나서... 그거 왜? 조선 해방 전쟁 때 우리가, 폭격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김 정은이 얼굴을 찡그리며 답한다.
“융단 말이오?”
"옳습니다. 융단 폭격, 방바닥에다 넓은 담요를 깔듯. 우리 하전사들과 땅크, 자행포들이 그렇게..."
김정은은 이런 폭격에 대해 알고 있다. 그의 할아버지가 얘길 해 줬기 때문이다. 낙동강까지 내려갔던 용감한 인민군들이 거기서 다 죽었다고.
"그렇다면 이거 어떻게 하나?"
남반부가 그렇게 쌔게 나올 줄 몰랐기 때문이다. 다음엔 미제가 나올 차례. 미제는 훨씬 더 무시무시한 폭격을 퍼 부을 게 뻔하다. 이런 건 계획에 없었다. 정말 모든 게 어긋나버렸다.
실패한 벼랑 끝 전술
이번에도 벼랑 끝 전술을 쓰려고 했다. 쌔게 나가다가 슬며시 발을 빼는 전술. 자기 아버지보다, 배포가 큰 지도자라는 걸 보여줄 겸 해서 말이다.
“나는 미제도 남반부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출처: telegraph.co.uk
그런데 갑자기 남반부는 폭탄의 우박을 떨어뜨렸다. 다음은 동해의 미제 군함에서 날리는 미사일일지 모른다. 목표는 공화국 혁명의 도시 평양! 그럼 그 뒤엔 빼도 박도 못 하고,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 평양이 심하게 얻어맞았는데도, 가만히 있으면, 자기는 그것으로 끝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장사정포와 방사포를 서울 북방에다 일제히 쏘라고 할 순 없다. 장사정포의 탄착 정확도도 문제이고, 방사포는 방사포대로 한 번 쏘면 끝이지 않는가? 대포라는 무기와 달리, 한번으로 소모가 되는 로켓 탓인 까닭이다.
또 하나, 쏠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 일단 쏘면 전면적 전쟁의 시작이며, 미제에 대한 평양 폭격으로의 초대장이다. 그가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순간이 된다. 그렇다면 다른 거 없다. 여기서 끝내자. 완전 패착이지만 신속히 정리하자.
“동무!”
바로 옆의 장령을 급히 부른다.
“중국 대사를 급히 만나라구! 만나서 공화국은 단순히 군사 연습 차원에서 부대를 이동시켰을 뿐. 그런데 남반부 폭격기가 갑자기 날아 왔다고 해!”
예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려달라는 부탁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훨씬 더 쓰라린 가슴을 앉고 내리는 명령이다.
“106하고 923 땅크 여단 중, 기동할 수 있는 건, 사리원으로 복귀 시키고! 알았나?”
*출처: wikipedia.org
북한, 장사정포와 방사포가 장도(長刀)라면, 한국의 H-6K는 철퇴였다. 사슬을 타고 갑작스레 날아들어 '퍽!'하고 뭉개놓는 철퇴.
1부 - 한국 하늘에 나타난 중국 폭격기 10대, H-6의 정체
2부 - 중국의 H-6, 어떤 폭격기인가?
3부 - 파천황(破天荒)! 한국 공군이 중국 H-6K를 도입하면?
4부 - 가상전투(假想戰鬪), 임진강 폭격!
굉격기 H-6K 시리즈(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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