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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산악 전차



의외로 유럽에서 자국 전차를 쓰는 나라가 몇 없다(러시아 빼고). 전차의 모국인 영국과 전차를 사용해 유럽 거의를 점령했던 독일, 언제나 국산 무기를 사용하는 프랑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이태리도 국산 전차가 없었다. 


그런데 이들 나라 외에 작은 소국이 줄곧 국산 전차를 설계해 생산해 낸다. 스웨덴과 스위스다.


정밀 공업이 발달했고, 또 국방에 대한 열망이 대단한 나라. 그 영세 중립이라는 건 비무장 영세 중립이 아니라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영세 중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위스 병사들은 예로부터 질이 높고, 무기의 질도 우수하다. 맞다. 그들은 무장 중립이다. 그러나 어수룩한 무장이 아니라, 몹시도 단단한 무장이다. 그리고 그 무기들은 성능도 좋다. 알다시피 수많은 나라의 자동소총이나 기관단총 중 스위스의 것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밀리터리 팬 중에는 스위스의 총기에 대해선 잘 알아도 이 나라가 독특한 산악형 MBT 메인 배틀 탱크(주력 전투 전차)를 자체 생각했고, 또 오래 동안 사용해 온 것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태리나 네덜란드 벨기에(군사력이 만만찮다), 캐나다 등이 독일의 레오파드 전차로 나라를 지켰으나, 스위스는 그렇지 않았다. 자기네 전차를 계속 생산해 내, 그들의 산과 계곡을 지켜왔다.


그 전차의 이름은 PZ/58, PZ/61과 PZ/68. 그리고 이 전차들, 여타 유럽의 전차와 다른 게 있었다.  




전차가 홀쭉하다



전차 폭이 상당히 좁다는 사실이다. 좁은 산길의 기동 때문인데, 어떻게 보면 산악 전차라 할까?



*‘와~ 우리 국산 탱크다.“ 알프스 어느 마을의 스위스 국산 전차 PZ/68. 한눈에 봐도 전차 폭이 좁은 것 같다. 출처: ytimg.com



여기에서 PZ라는 건, 독일어로 PANZER(판싸), 즉 전차라는 의미가 된다. 독일어를 쓰는 건 국민 중 독일계가 가장 많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58, 61, 68등은 그 전차가 정식으로 스위스 군에 의해 제식 화(制式 化)되던 해다.



*스위스의 주력 전차 PZ/58, 60년 전 전차인데도 강력해 보인다. 출처: defence-blog.com



이름으로 알 수 있듯 50년대에 개발, 50년대에 장비됐는데, 주조(鑄造) 형식으로 만든 포탑과 역시 주조 차체, 또 당시에는 관통력이 일류인 영국제 17파운드 포. 셔먼 화이어 플라이와 센추리언이 달았던 바로 그 주포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공격과 방어력이 강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때가 50년대! 우리나라가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헐벗고 궁핍할 때다. 그런데 작은 나라 스위스가 이런 멋진 전차들을 만들었다는 거, 정말 입이 벌어진다.


60년대엔 주포의 베스트셀러였던 영국제 L7을 탑재한 105밀리 포 개량형 PZ/61과 PZ/68이 잇달아 나와, 주력 전차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스위스 전차들, 언뜻 봐도 당시의 어떤 나라 주력 전차와도 닮지 않았다. 정말 한 맛이 다르다.



*레오파드 1 출처: moddb.com



독일의 레오파드 1, 프랑스의 AMX30, 영국의 치프틴이나 미국의 M-48과 M-60 패튼 시리즈 중, 어디 닮은 데가 있나? 거의 없다. 그래서 이 스위스의 톡특한 산악 전차들은 매우 흥미롭고 또 관심이 가기도 한다.


특히 필자에게 인상적이었던 산허리에서 계곡 쪽을 향해 늠름하게 서 있는 2~3대의 PZ/68 사진이었다. 숱한 전차 사진을 봐 왔는데, 거의 가 다 평지에서 찍은 것들. 그런데 그 사진은 화질도 좋았지만, 배경이 달랐다. 마치 우리나라 강원도 한계령이나 대관령 같은 데서 찍은 듯한 사진(인터넷에서 그 사진을 찾았지만 없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스위스라는 나라 역시, 더 이상 국산 전차의 길을 가지 않는다. 스웨덴과 같은 길이다. 120밀리 급의 차기 전차를 연구하기도 했으나, 바로 옆 나라 독일의 레오파드 2(투)를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라스트 탱크 스탠딩. 스위스의 PZ/ 68. 현역으로선 볼 수 없으나, 멋진 형태다. 출처: imgur.com



걸작 전차 레오파드의 공과(功過)



그래서 어찌 보면 레오파드는 그 견실한 전투력과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유럽 몇몇 나라의 우수했던 전차 혈통들을 단절시키고 다닌다고 하겠다.


바로 옆 나라 폴란드도 T-72를 소련으로부터 라이선스 획득 쭉 생산해 와, 기술력이 탄탄하다. 그래서 독특한 이름인 ‘고릴라’라는 국산 전차 등을 계획하기도 했으나, 차질이 많이 생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독일이 레오파드를 저렴한 가격으로 줬기 때문이다. 왜? 저렴하게 줬나? 제2차 대전 때의 최대 피해국인 폴란드에 대한, 독일인들의 미안함 때문인 것 같다.


폴란드는 그것을 진심으로 생각해, 옛날의 원수 중의 원수 독일로부터(정말 폴란드가 당한 건 끔찍했다) 레오파드를 받아, 잘 사용해 오다, 최근 들어 이를 멋들어지게 업그레이드한다. 오리지널과 구별을 못 할 만큼.



*폴란드의 개량 형 레오파드, 거의 뭐 신형 탱크다. 출처: defence-blog.com



서식지를 넓혀가는 레오파드



어찌 됐던 레오파드는 점점 더 사용국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근래에는 남미와 아시아까지. 


인도네시아가 도입을 했고, 싱가폴도 도입, 운용 중이다. 그것은 좋은 성능과 가격의 이점이라는 부분도 있지만, 독일 군의 군비 감축으로 인해, 전차가 남아도는 까닭도 있다. 장래 있을지 없을지 불분명한(거의 없겠지만) 전쟁 대비용으로서 ‘어디 들판에 세워 둬, 눈, 비를 맞게 하는 것보다, 손을 새로 좀 봐, 외국에다 적당한 가격으로 수출하자.’ 바로 이것.


그래서 칠레도 도입, 2류 전차들을 운용 중인 남미 여러 나라에서 지금 최강으로 군림 중이다.  



그러나 레오파드 독립 국가도 있다



윗글에 나오는 대로 하면 독특한 전차를 생산해 냈던 스위스와 스웨덴의 전차 혈통을 끊은 게(?) 레오파드가 된다. 허나 그 반대로 레오파드 때문에 국산 전차를 만드는 나라도 있다. 완전한 독립.


완전 독립이라는 얘기는 오랫동안 레오파드를 라이센스 생산해 오다, 습득한 그 기술력으로, 용약 국산 전차의 길로 들어섰다는 뜻이다.


독립 연도는 비교적 최근인 1995년.


이태리다. 햇수로 치면 50년 만의 독립.



*‘레오파드’로부터의 독립군 이태리 기갑부대 출처: imgur.com



그러나 이태리는 오래된 전차의 독자 생산국이다. 제1차 대전이 끝난 뒤부터 제2차 대전까지 많은 종류의 전차와 자주포를 생산한 나라. 제2차 대전 때도 북 아프리카와 러시아 동부 전선, 그리고 자기네 이태리 반도에서 많은 전투를 해 왔다.


그런데 이 나라의 전차에는 독특한 명칭이 붙는다. 이 글이 전차 이름에 대한 것이니, 그 명명법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인기 없는 쪽이기는 하나, 롬멜이 북 아프리카에서 싸울 때 항상 같이 싸워줬고, 연합군이 이태리 반도에 상륙, 밀고 올라갈 때도, 이태리 군 기갑부대로서 아니면 독일 군에 접수돼, 철십자와 스바스티카 나치 마크를 달고, 연합군을 영격했다.


따라서 아주 쉬운 명명법의 이치를 알면 고개가 끄덕여지며, 2차 대전사와 이태리 전차와 좀 더 친숙해질 것이다. 



이태리 전차 명명법의 비밀



*이태리의 자주포 세모벤테 90/ 53. 숫자에서 90은 주포가 90밀리라는 의미다. 출처: blogspot.com



제2차 대전 때의 북 아프리카 전투는 거의가 전차전이다. 그리고 먼저 시작한 건 이태리. 이유는 한 가지다. 북 아프리카에서 영국 세력을 몰아내, 파시스트 이태리의 새 영토를 만들고자.


북 아프리카와 이태리 사이에의 바다에 대해, 뭇쏘리니가 외치지 않았던가?

“지중해는 우리 바다야!”


*“우리의 바다야! 위풍당당! 살벌 포격! 이태리 전함 리토리오와 빗토리오. 출처: 2today.com



그런데 그건 로마시대 이야기. 제2차 대전 때의 지중해는 대영제국의 바다였다. 영국은 3백여년 간, 가장 강력한 해양 전투력을 보유한 바다의 제국.


그래서 신생 로마 뭇쏘리니의 군대는 바다에서도 깨지고, 사막 곳곳에서도 깨진다. 롬멜이 왜 생판 관계도 없었던 북 아프리카로 건너왔나? 이태리가 지리멸렬, 영국한테 당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롬멜에게.

“가서 도와줘라.”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이 도착하고, 신이 난 이태리 전차 부대는 다시 전진한다. 호가호위 (狐假虎威)라는 말. 여우가 호랑이 힘을 빌려, 위세 부린다는 그것. 


그런데 기세 좋게 싸우던 호랑이의 이빨과 발톱이 한계에 달하자, 이태리 군도 후퇴를 거듭하다 결국 튀니지 인가? 거기 바닷가로 밀린 다음 항복을 한다. 제해권을 뺏겨, 이태리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43년의 튀니지. 항복한 2천 명의 이태리 군을 영국의 ‘브렌 건 캐리어’가 데리고(?) 가는 중이다.



전쟁은 보급이다. 보급이 없으면 망하는데. 이태리 군이나 독일 군한테도 보급품은 도착하지 않았다. 미국도 참전했기에 지중해는 ‘우리의 바다’가 아니라 ‘남의 바다, 연합군의 바다’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게 싸워왔던 이태리 전차들도, 다시는 조국 땅을 밟지 못한다.


이태리 본토의 전차들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독일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항복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쓸 만한 전차와 자주포들 많은 숫자가 연합군이 접수, 독일과의 전투에 사용되기도 한다.


L 6/40, M 11/39, M 15/42, 그리고 자주포 계열의 세모벤테 시리즈. 


그런데 명칭을 보면, 대충 나오는 게 있다. 경전차인가? 중전차인가? 아니면 장갑 두터운 중 전차인가? 또 언제부터 생산돼 언제부터 기갑부대가 운용했나? 다 나온다.


북 아프리카에서 활동한 전차 M 11/39. 




*출처: wikimedia.org



이것은 중(中) 전차로 무게는 11톤이고 1939년에 나왔다. M이 미들(Middle)의 약자이며 11은 전차 중량. 39는 제2차 대전 직전인 1939년에 채택되었다는 뜻이니까.


L 6/40도 마찬가지다.


L 하면 Light 가벼울 경(輕) 아닌가? 1940년에 채택된 가벼운 6톤 경전차. 


그리고 M 15/42는?



*출처: wikimedia.org



역시 M이 들어가므로 Middle이니 중간 급 중(中) 전차다. 그리고 무게는 15톤에다 이태리 육군에 채택된 해는 1942년.


자주포들도 약간 다를 뿐 어느 정도 비슷하다.


세모벤테 Da 75/18


18구경의 75밀리를 장착한 자주포. 이렇게 된다.



*출처: pinimg.com



전쟁 뒤, 50년의 국산 전차 공백



전쟁이 끝난 후, 이태리는 국산 전차의 개발을 포기하고, 독일의 레오파드 1을 라이센스 생산에 주력한다. 나토의 충실한 일원이 된 것이다. 그러다 그 기술을 충분히 습득했다고 싶었을 때 국산 전차에 욕심을 내는데, 처음부터 오리지널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국산이라 할 수 없는 거의 레오파드 닮은 전차를 만들고, 이름을 붙이는데, 거기엔 예전의 명명법 그림자가 보인다.


OF 40이다. 



*이태리 판 레오파드라 할 수 있는 0F 40. 이태리 본국에서는 채용이 안 됐어도 해외 2군데의 나라에서 소량 수입한다. 태국에도 세일즈 활동을 했었다. 출처: armyrecognition.com



여기에서 O는 이태리의 세계적 무기 회사이기도 한 OTO Melara와, 한국에서 한 때 FIAT 124라는 이름으로 생산되었던 이태리 자동차 회사 FIAT의 앞 글자를 합쳐 OF가 되고, 40이라는 숫자는 40톤 전차라는 의미가 된다.


(한국 해군 함정이 많이 장착한 이 76밀리 포, OTO Melara 제)



*출처: wikimedia.org



OF 40으로 유사 전차의 테이프를 끊은 이태리는 그 후, 본격적인 국산 전차의 첫 발을 디딘다.


아리에테(Ariete)!



*중국 프라모델 사, 트럼페트에서 만들어 낸 아리에테 박스 아트 출처: ytimg.com



이름을 보면 지금까지의 명명법을 완전히 버린 걸 알 수 있다. 무게, 채택 햇수 등은 다 버리고, 오직 하나, '아리에테'라는 이름뿐. 그리고 아리에테는 박치기 잘 하는 거친 숫양이면서, 그 머리 모양과 뿔을 본 딴 고대의 파성추.



*출처: hotelroomsearch.net



아리에테, 어찌 보면 탱크한테 있어 가장 알 맞는 이름인 거 같다. 완전 정통파 이름. 탱크라는 무기가 뭔가? 고대의 파성 추처럼, 적의 견고한 방어선으로 돌진, 아군한테 돌파구를 만드는 무기 아닌가?



오스트리아의 경전차, 흉갑기병



"SK-105 Kürassier"


U자에 “가 있어, 독일어 사전에도 안 나온다. ‘오스트라이히’라는 그쪽 독자의 변형 알파벳이다. 그래서 그냥 ‘큐라시에르’로 읽기로 한다.


큐라시에르, 경기병 중 가슴 쪽에 장갑을 한 흉갑(胸甲) 기병인데, 이는 오스트리아가 60년대에 만든 경전차 이름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전 연합국으로부터 많은 무기에 대해 제한을 받던 오스트리아. 그게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그 나라 전투기들은 미사일도 달지 못했다. 제2차 대전의 전승국이었던 연합국에 의해서다. 그래서 스웨덴으로부터 수입한 삽 SAAB-35 드라켄에는 미사일 장착한 게 없다.



*더블 델타의 오스트리아 드라켄! 그런데 미사일은 없다. 그럼 뭘로 싸우지? 공기 취입 구 사이드로 쭉 내려가다 보면 움푹 들어간 데가 보인다. 그게 30밀리 포 포구, 반대쪽에도 있어, 쌍발이다.



그러다 이게 해제되는 계기가 생겼는데, 그것은 바로 발칸 반도에서의 분쟁 때문이다. 코소보라든가 그런 분쟁. 그제야 영국과 미국 등은 전투기에도 미사일을 달도록 허락해 준다. 세르비아가 갑자기 공습을 해 올 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다(그래서 딱 한 번 사이드와인더를 단 드라켄을 인터넷에서 본 것 같다. 아마 미사일 탑재 해재령 이후의 드라켄?).


그러니까 이게 20세기 얼마 전까지의 일인데, 네티즌들은 이게 무슨 일이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히틀러가 독일 태생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태생이고, 아직도 오스트리아는 독일보다 나치즘에 경도돼 있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면 쪼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나치 경력이 있던 정치가가 수상인가? 대통령에 뽑혔는데, 그 나라 많은 국민과 주변 국가에서 맹렬히 반대, 결국 사퇴를 한다는 뉴스가 언론을 탄 것도 거의 10년 안짝에 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제2차 대전의 전쟁 범죄국가라는 굴레를 얼마 전까지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흉갑 기병을 나치즘과 연결시킬 필요는 없다. 몇 달 전 우리나라 소록도에, 꽃 다운 젊은 나이로 들어와, 한 평생을 나환자 돌보며 살다가 늙은 할머니가 돼 돌아가는 수녀님들 중 몇 분 국적이 오스트리아였든가?



아주 쉽게 , 빨리 경전차를 만들자!



오스트리아는 60년대쯤 나름대로 장갑병원수송차 내지 보병 전투차의 중간쯤 되는 걸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살려서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국산 전차를 만들기로 한다.


프랑스에서 105밀리 부동 포 포탑을 들여와 거기에 얹는다는 생각. 그럼 떡 하니 105 주포의 경전차가 되지 않을까? 경장갑에 경전차이지만 그 생각은 보기 좋게 성공하고, 이름을 흉갑기병 ‘큐라시에르’라 붙인다. 무게 17톤에 300마력 약간 넘는 저마력 엔진.



*차체와 포탑에 비해, 주포는 상당히 길다. 역시 105밀리 포. 출처: maquetland.com



물론 이런 경전차로 적의 주력 전차와 타격전에 들어갈 순 없다. 그런 건 미국에서 들여온 M-60이 맡아서 하고(오스트리아엔 독일의 레오파드도 있다), 흉갑기병은 보조 역할. 그래도 명색이 105밀리 주포라 펀치력은 무시 못 한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는 이 경전차를 운용하기 시작하는데, 의외로 전 세계에서 오퍼가 오고 성공을 거둔다. 성공의 이유는 경 전차라는 거!


세상에는 주력 전투 전차의 장비에 부담을 느끼는 나라가 많다. 잘 사는 나라도 있지만 가난한 나라도 있고, 또 육군 말고, 해병대한테도 탱크를 장비해 주고픈 나라도 있다. 그 해병대한테는 당연 경전차.


그래서 이 흉갑기병은 의외로 많은 나라에 수출된다. 수입국은 알젠틴, 모로코, 튀니지, 보츠와나, 모로코, 볼리비아, 그리고 브라질도 수입국에 가세하는데, 브라질은 그들의 해병대 장비용이다.


무려 7개국에서 수입을 했으니, 글록 등 소화기에서만 겨우 명함을 내밀던 오스트리아로서는 대단한 성공을 거둔 셈. 쉽게 편하게 만들어 내고자 한 경전차가 말이다. 그러니 가격이 낮아졌고, 그러니 성공을 한 것이다.



*남미 볼리비아의 흉갑기병. 출처: podermilitar.cl



프랑스는 시샘이 나지 않았을까?



반면 속이 편치 못 한 나라는? 아마 프랑스일 것이다.


무기 수출이라면 체면이고 뭐고 없이 달려드는 프랑스. 인종 차별국 남아프리카 공화국한테 대량의 F-1 전투기 수출. 중국이 반대하는데도 대만한테 미라주 2000 수출.


“그런데 우리 포탑을 올려, 그렇게 많이 팔아먹어?”


더구나 프랑스한테는 똑같은 포탑을 가진, 똑같은 카테고리의 경전차도 있었으니까.


AMX-13이라고.



*이전까지 프랑스 무기의 괜찮은 수출 상품 중 하나, AMX-13. 90밀리 주포만 빼고는 흉갑기병 포탑과 똑같지 않은가? 물론 AMX-13의 105밀리 포도 나중에 나온다. 출처: wikimedia.org



(3부에 계속)





김은기의 커피 테이블 토크


*제공 @benparker


이번 시리즈, 세계 각국의 탱크 명명법의 원제는 ‘누가 탱크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였다. 유달리 이름을 중요시하는 한국에서, 작명소가 광고하는 문구의 카피.


필자의 아들 이름이 ‘우리’다. 김 우리. 옛날 어느 외국 사람이 한국말 중에 가장 좋은 건 우리라고 했다. 우리 나라, 우리 집, 우리 엄마, 우리 친구. 정말 친근하다고, 그리고 동질감을 생기게 한다고. 또 그게 발음 하기에도 좋지 않은가(요건 필자 생각)? 그래서 김 우리라 지었는데, 아버지 왈.


“어떻게 귀한 첫 손자 이름을 그리 함부로 지어?”


이러시면서 작명소를 찾아가셨다. 따로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 그런데 작명소 사람이.


“어~ 이름 잘 지었네.”



XX-20을 쓰다 보니...



이번 탱크 작명법 시리즈는, 관절 전차 XX-20의 연결편인 셈인데, 원래는 그 관절전차를 그냥 단편으로 간단하게 쓰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계속 글이 넘쳐나고, 아무래도 또 스웨덴 전차이다 보니 S-전차를 다루지 않을 수 없었고, 다루다 보니 S-전차의 S에 대해, 지면을 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S-전차와 스웨덴 탱크 명명법을 단편으로 쓰긴 썼는데, 또 마음이 동(動)하는 게 아닌가? 이왕이면 세계 각국 전차의 이름의 유래와 명명법을 써볼까? 그렇게 ‘누가 탱크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세계 각국의 탱크 명명법을 시리즈로 내놓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본의 아니게 ‘하다가 보니, 하다가 보니......’ 그래서 글의 형식은 약간의 밀리터리 잡(雜) 상식, 뒤섞이다. 장황하고 번거롭다, 흩어지다의 잡(雜)이라는 게 들어가는 쪽으로 흐른 감도 있으나, 필자는 이 잡상식이라는 걸 매우 중요시한다.



*출처: tistory.com



필자가 꽤 오래전, 당시 만화 주간지 '점프'의 편집장이면서 이외수를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한 번 보자는 연락을 받은 적 있다(당시는 챔프도 없이 점프 잡지 만이 나올 때다).


그래서 어디 불광동 인가 녹번동 쪽인가? 하여튼 독립문 무학재 고개 넘어 조용하고 한적한 여관에서 이외수씨를 만났는데(서울에 오면 그 여관에 묵는 단다.) 그분이 필자를 만나자고한 이유는, 필자가 만화 스토리에 관해는 꽤 알려진 작가라는 거였다;;;

핫핫. 그런데 그때 이외수 씨한테서 받은 인상은.


“우와~ 뭐가 이리 아는 게 많아?”


옛날 만화에서부터 일본의 미야모토 무사시까지 완전 잡상식의 대가이며 창고였다. 그리고 그게 지금도 그가 쓴 글이 젊은 사람들한테 영향을 주고, 책이 많이 팔리는 이유라 생각한다.




잡학(雜學)은 아카데믹으로 연결된다



일본어를 잘 하는 게 아니나, 그쪽 군사 잡지를 보면 이 잡상식을 ‘雜學’이라 하는데, 그게 기사 중 제일 재미있을 때가 많다. 그 계통에서 폭넓은 지식을 갖고, 그래서 축적이 된 전문가가 글을 쓰는 거니까.


잡학은 잡상식이 아니고, 그들은 학(學)의 개념으로 올려, 학문의 일종인 잡학(雜學)이라는 거다. 그것은 널리 아는 것이고, 널리 알면 자연스레 깊이가 생기고. 또 그 깊이는 바로 아카데믹으로 연결되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나이 든 교수, 학자들은 그 넓이가 없다. 깊이만 있는 경우가 많다. 잡학이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젊은 시절부터 그냥 그 분야 책만 봐서, 세상모르고 연구실에만 파 묻혀 그런게 아닐까.


필자가 TV를 보다 한탄한 적이 있다.


박 근혜 대통령 시절. 우리나라 역사학자의 석학이라는 양반, 교과서의 친일화를 위한 국정 교과서 개정 작업의 장을 맡으면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한 말.


“나라에서 하는 거니 올바른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식 비슷하게 말해서, 어이가 없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미 기존의 역사 교과서에는 ‘친일파’가 아니라 ‘친일인사’로 바뀌어 있는데도...


필자가 본 어느 미드에서, 법의학 실로 국가 정보원들이 몇십 년 전 유골을 가져온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것은 암살당한 케네디 대통령의 유골.


맨 끝에 가서 나오는 결론이 이것이다.


“국가가 하는 일에 의심을 하는 게, 최고의 애국이다.”


물론 그 의심은 합리적 의심이어야 하지만.



공부만 하면 의심 능력 결여의 인간이 된다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나네요. 밀리터리 쪽과 동 떨어진 건데, 이외수와 김구라, 황석영. 그리고 이 문열을 한 번 짧고 라이트 하게 다뤄보자는 생각. 물론 그분들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아 문학 쪽에는 문외한이니,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필자만의 다른 관점에서.


주요 관점 중 하나는, ‘어렸을 때는 놀아야 된다. 안 놀고 공부만 하면 이상한 인간 된다. 지금 재판 대기 중인 누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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