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후커라는 탱크는 없다.
미국의 남북 전쟁 때다. 1863년 늦봄. 신생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버지니아 주 ‘찬세라즈빌’에서 전투가 벌어진다. 이게 국제적인 대 회전이 아니라 그렇지, 같은 세기에 있었던 워털루 전투와 비견되는 대 회전.
웰팅턴의 영국과 네덜란드, 프로이센 군, 그리고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이 서로 싸운 워털루 전투는 총 19만. 그런데 신대륙에서도 같은 수가 싸운다. ‘찬세라즈빌’ 전투다.
남군의 장군 로버트 리(Lee)와 바위 벽 스톤 월 잭슨(Jackson)은 6만, 북군의 장군 죠셉 후커(Hooker)는 13만. 합쳐서 19만. 정말 워털루와 쌍벽을 이루는 세기의 대 전투다.
*남군의 두 지휘관 잭슨(왼쪽)과 리(오른쪽). ‘찬세라즈빌’ 전투 때 같다. 출처: britannica.com
그런데 여기서 승자는?
밀리터리 매니아라면 금방 알 수 있다. 미 육군 탱크 이름을 보면 되니까. ‘후커’라는 탱크는 없다. 그러나 ‘리’탱크도 있고 '잭슨'탱크도 있다. 특히 잭슨은 우리 국군이 100여 대 이상 운용을 했다. M-47 탱크가 들어오자, 아마 그때 퇴역을 시켰을 거다.
뭐가 뭔지 몰랐던 미군 수뇌부
남북 전쟁이 끝나고 50년 후, 제1차 대전이 터진다. 그러나 그 전쟁은 인류 5천년 사에 있었던 수많은 전쟁하고 달랐다. 산업혁명이 성숙기에 들어 이제껏 보지 못 하던 무기들이 등장했고,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언제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폭격기가 폭탄을 떨어뜨렸나? 어떻게 바다 밑에서 잠수함 1척이 어뢰를 연속적으로 쏴, 영국 해군의 1만 톤 급 장갑 순양함 3척을 격침시켰나?
지상전에서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탱크였다. 그리고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장갑 괴물은 싸움의 명수였던 독일 군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된다.
그런데 1차 대전이 끝나고 제2차 대전이 발발할 때까지, 미 육군 수뇌부의 시고는 완전 보수적이었다.
특히 탱크에 대해서는 지극히도. ‘탱크는 움직이는 기관총 진지’ 이런 정도가 그들의 사고방식이었으니까. 적이 장악한 지역으로 보병이 전진하려면, 무수한 기관총 탄알의 세례를 받는다.
그들 왈.
“이때 탱크가 전진하는 거야. 탄알을 튕겨 내며 기관총 진지를 으깨. 그리고 도망가는 적 보병한테 거꾸로 그 탱크가 기관총을 쏜다고.”
*미 육군의 M-2 중(中) 탱크. 사진에 안 보이는 차체 반대편까지 기관총 6정이 사방으로 달려 있다. 포탑에는 그나마 37밀리 기관포가 달려있고. 출처: tanks-encyclopedia.com
그때 돌아온 상층부의 말은.
“니들이나 정신 차려!”
그런데 이들의 보수적 머리통을 망치로 치면서, 1차 대전 이래의 구닥다리 사고를 강압적으로 고쳐준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다 건너 독일 기계화 부대 지휘관들. 그리고 기갑 이론의 주창자 독일의 구데리안 장군.
구데리안이 키운 독일 기갑부대는 나폴레옹 이래의 육군 대국, 프랑스를 번개처럼 유린하지 않았던가?
“세상에나, 말도 안 돼!”
놀란 미 육군은 부랴부랴 대포를 탑재한 탱크를 만들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기관포 탑재에서 대포를 단 중 탱크로의 변환이다. 그리고 그때는 전쟁이 발발하고, 프랑스가 깨진 뒤의 일. 더군다나 진주만까지 일본이 들이쳤으니, 시체 말로 똥줄이 탄 상태.
“75밀리 대포를 쏘는 탱크를 만들어라!”
그래서 처음으로 만든 게 바로 M-3 ‘리’였다. 76밀리 탑재의 중 탱크. 그런데 이 탱크, 모양이 좀 이상했다. 당시의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와는 다른 형태. 우선 전고(全高)가 매우 높았다.
우스꽝스럽게 얘기하면 1층, 2층, 3층에 옥상, 그리고 다락방? 또 이상한 게 있었다. 차체 옆구리에 포탑이 붙어 있다는 것.
*미 육군 최초의 본격적 중 전차 M-3 리(Lee). 진짜 높다! 그리고 옆구리에 붙은 주포. 완전 개성파다. 출처: wikimedia.org
기술과 경험이 없었다
기갑 전을 경험해 보지 못했고, 옆에서 구경조차 못 했으니, 차체가 높아도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 높으면 높을수록 눈에 잘 띄고, 또 쉬운 타깃이 된다는 생각을 안 하고(이건 이후의 셔먼 탱크에도 적잖이 이어진다), 또 옆에다 포탑을 단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순전히 기술적 문제!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적어도 76밀리 수준의 탱크 포를 달기 위해선 포탑이 무겁고 커야 한다. 그런데 이걸 차체(탱크 샤시) 위에 올려놓으려면 커다란 포탑 링이 있어야 되고, 또 그 무게를 견뎌줘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포탑을 만들어 본 적도 없고, 그 포탑을 올려놓고 360도 방향을 바꾸게 하는 큰 지름의 포탑 링 경험도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전황은 급해서 중(中) 탱크를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옆구리에다 달자!”
그럼 포탑의 무게를 감내할 수 있고, 또 커다란 지름의 링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임시변통으로 나온 게 바로 M-3 중 전차다. 그리고 이름을 붙인다. 바로 그 ‘찬세라즈빌’ 전투의 남군 영웅. 리(Lee)!
*하세가와 사(社)의 M-3 리 탱크의 박스 아트. 출처: hobbywalker.com
그래도 아프리카에선 괜찮았다
드디어 아프리카로 첫 출전한 M-3 리! 롬멜의 탱크들과 전투를 시작하는데, 포를 옆구리에다 장착한 까닭에, 사격 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 그런 데로 괜찮았다.
독일 탱크들을 압도하진 못 했으나 꿀리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급하게 만들었어도 자동차 왕국 미국의 체면이 선 것이다.
물론 당시의 독일 아프리카 군단은 사하라에 들어온 지 꽤 오래됐고, 그래서 피로도가 점점 싸이고, 보급도 잘 안 돼 전력이 약해진 상태, 또 독일 본토가 멀기에, 신형 탱크들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해, 리 탱크와 맞선 건, 3호 전차와 포신이 짧은 4호 전차였긴 했다.
*사하라의 하이웨이에서의 3호 전차. 그런데 포신이 너무 짧아, 보이지도 않는다. 출처: pinimg.com
물론 나중에 6호 전차 티게르가 들어오긴 하나, 이것도 아프리카 군단이 망해 갈 때이고 숫자도 극소수, 그래서 전황을 바꿀만한 건덕지가 되지 못했고, 이걸 또 영국군에게 뺏겨, 영국 전차 개발의 자극제로 활용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리는 나름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75밀리 포에다 37밀리 포, 그리고 기관총 3정. 화력도 괜찮은 편이고 또 높다는 것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었다. 좋은 점도 있었다. 적이 리를 먼저 볼 수 있지만, 리도 관측 포인트가 높아, 적을 먼저 찾아낼 수 있으니까(그러나 분명 세상 모든 탱크 설계자들은 전고를 낮추려 애를 쓰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M-3 리에겐 다른 탱크들과 달리 이름이 하나 더 있다.
또 하나의 이름 그란트
영국군도 이 탱크를 주문한다. 괜찮았기 때문이다. 이름도 따로 정하고. 남북 전쟁 때의 지휘관으로 미국의 18대 대통령이 되기도 한 그란트.
그러나 그란트는 좀 다른 게 있었다. 좀 더 세련된 형태라고나 할까? 영국은 지나치게 높은 전고(全高)를, 미국 내 탱크 공장에다 낮춰 달라는 주문을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정말 괜찮게 변하지 않았나? 스타일 괜찮은 영국의 M-3 그란트 탱크. 출처: pinimg.com
그 뒤에 나오는 후계 탱크 M-4 셔먼
‘연결고리’라는 말이 있다. 앞의 것과 뒤의 것을 연결하는 고리. 바로 이 임시 탱크 M-3 리가 M-4 셔먼의 연결고리다. '리'를 만들면서, 기술과 경험을 쌓고 부족했던 것들을 보완해 만든 본격적인 중 탱크, 그게 M-4 셔먼이다.
이번엔 남군이 아니라 북군 지휘관의 이름. 그러나 정작 탱크 형태는 지 버릇 못 고친다고 역시 차고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좋고, 조종하기 쉬운데다 정비 유지에도 손이 덜 가, 좋은 점도 많은 탱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량으로 만들어져, 소련의 T-34와 함께 나치 독일을 멸망시키는 데 있어, 큰 공을 세웠다는 건 부인하지 못한다.
*단점도 많지만 그래도 ‘좋은 탱크’ 셔먼. 출처: thesermantank.com
그리고 최고의 하드 펀처가 있다. M-36 잭슨!
이번엔 90밀리의 잭슨 탱크. 바로 그 스톤월 잭슨 장군의 이름을 딴 탱크다.
엄밀히 말하면 탱크가 아닌 TD(탱크 디스트로이어)로, 전차 사냥꾼 내지 전차 사냥차라 할 수 있다. 다른 용어로는 탱크 킬러. 그런데 고 이 잭슨 TD는 꽤 대단했다.
그래서 잭슨을 내 보낼 땐 ‘타이거를 충분히 잡는 킬러다’ 이런 확신을 가졌고, 전투 기록에서도 거의 3~4킬로에서 먼 거리에서도 5호 전차 판테르를 격파했다는 이야기가 꽤 자주 보인다. 그야말로 장거리 하드 펀처.
*90밀리 강 펀치. M-36 잭슨. 출처: squadron.com
이렇게 되면 미국 탱크나 TD는 남북 전쟁 때의 명장 이름만 붙이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특히 TD 쪽을 보면 명장 이름이 아닌 것도 있다. M-10의 이름은 ‘오소리’라는 울버린이고, 역시 TD로서 M-18은 헬캣이라는 정식 이름이 있으니까. 아울러 서서히 남북 전쟁 때의 클래식한 명장들과도 결별이 시작된다.
채피와 패튼
제2차 대전 후반기에 나온 경전차로 M-24 채피가 있다.
그러나 채피는 남북 전생 때의 인물이 아니다. 20세기 전반, 보수성이 팽만한 미 육군에서 드물게 탱크의 장래를 간파하고, 끊임없이 탱크의 개발과 장비를 주창한 지휘관 이름이다. 이른바 ‘미 육군 기갑부대의 아버지’라 하는 채피.
패튼의 이름도 2차 대전 후의 미 육군 탱크에 빠질 수 없다.
냉전 시대가 시작할 때부터 나온 M47, M48, N60. 당연히 패튼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시실리 상륙작전에서부터 노르망디 이후 프랑스 땅 위에서 맹활약한 패튼. 그에 대한 국내 출판물 카피가 이거였던가?
"휘발유가 있는 한 전진하라!"
걸작 경 탱크의 이름 M-41 워커 불독
역시 2차 대전 뒤 나온 경 탱크 중, 워커 불독이라는 게 있다. 경 탱크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은 불독. 그리고 이 이름은 우리 한반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격, 방어, 기동, 경 탱크로서 3가지가 균형 있게 잘 빠진 워커 불독. 출처: tanks-encyclopedia.com
이 탱크는 원래 ‘리틀 불독’이라 불렀다. 정식 이름이 M-41 리틀 불독. 옛 명장 이름에서 벗어난 모처럼의 참신한(?) 이름인데, 앞에 ‘리틀’이 붙는 건 경 탱크라는 카테고리 안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리틀이 없어지고, 워커라는 게 붙어 ‘워커 불독’으로 바뀐다. 바로 한국전 때문이다.
낙동강의 방어자 워커 장군
*월튼 H 워커. 출처: armyhistory.org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었던 낙동강 전선에서, 워커 장군은 완강히 전선을 지켜낸다. 그리고 인천 상륙 작전, 그러다 중공군 개입으로 전선이 고착상태에 빠지자, 워커는 전선의 미군과 영국군을 직접 시찰하기 위해, 지프 차를 탄다(당시 그가 가는 부대엔 아들이 지휘관으로 있었다).
지금의 미아리 고개에서 내려와, 도봉산 방면으로 가는데, 그때 사고가 터진다. 한국군의 트럭과 충돌. 차가 뒤집힌 것이다. 그리고 장군은 전사.
신형 경 탱크였던 M-41 ‘리틀 불독’이 ‘워커 불독’으로 개명한 이유다. 장군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이후 추모비가 한강변 언덕에 세워졌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워커 힐 자리다. 또 도봉산 역 가기 전 도봉역의 맞은 편에(이 2개의 역은 헛갈리기 쉽다;;), 그 비석을 옮겨다 놨는지 새로 세웠는지 모르나, 거기에 정식 추모비가 있다. 원래의 지프차가 전복한 곳이다.
*도봉역 바로 맞은편 길가의 추모비. 길옆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고 그 담벼락 바로 앞이다. 출처: korealovetree.or.kr
그래서 그런가? 워커 불독은 아주 좋은 탱크로 평가를 받는다.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고 또 지금도 계속해 현역으로 사용하는 데도 여럿 있다.
덴마크는 주포를 90밀리로 개량, DT, 탱크 디스트로이어로서 아직 은퇴했다는 얘기가 없고, 대만 역시 새로 만든 포탑에다 장 포신의 신형 76밀리 주포에 다시 신형 포탄을 준비해, 웬만한 거리에선 T54와 T55를 너끈히 잡는다고 한다.
*대만의 매서운 경 탱크 워커 불독. 구멍이 많은 다공식 머즐 브레이크에다 포신이 꽤 길다. 길다는 건 날카로운 관통력의 증거. 출처: wikimedia.org
이제, 에이브람스
그럼 이제 세상이 다 아는 패튼을 건너뛰어 에이브람스로 나아가자. 지구 상 유일 초강대국 미국 기갑부대의 상징이면서, 주력인 M-1의 이름.
*당연히 이곳은 이라크, 사막 색 위장이기 때문. 출처: fas.org
필자도 동두천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7~8대의 M-1 에이브람스가 수송 대기 중인 걸 본 적이 있었다. 그럼 그 에이브람스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제2차 대전 시, 패튼 밑에서 싸웠던 기갑 지휘관이다. 그리고 발지 전투에서도 용명을 날린 지휘관. 그는 매우 용맹하고 과감하게 부대를 지휘해, 항상 미군의 스피어 헤드(창 끝)처럼 적진을 향했다고 한다. 이후 한국전에도 참전하고 계속 진급, 베트남 전 때는 미군 총지휘관을 맡기도 했다.
*크레이이튼 에이브람스, 걸프전의 화형(花形) 탱크 M-1의 이름, 에이브람스가 바로 그다. 출처: wikimedia.org
그리고 헤비 스모커라 그런지 59세 나이로 타계한다(폐암으로). 아까운 나이다.
이후 미 육군은 오랫동안 기갑부대의 중핵이었던 M-47, M-48 패튼의 뒤를 이을 신형 탱크를 생산해 내자, 그 이름으로 에이브럼스를 정한다. 이때가 1980년 대였으니, 거의 30여 년 전 옛날.
그 사이에 기갑이 매우 큰 역할을 해야 하는 2번의 이라크 전쟁이 있었는데, 에이브람스는 여기서 맹활약. 또 나토의 일원으로서 유럽의 중부 들판을 지키고, 한반도 허리에서 미 제 2사단 예하 기갑부대로서 북한군 남침에 대비하고 있다.
이렇게 에이브람스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첨병으로 30년을 지내왔다. 그런데 무기라는 건 아무리 걸작이라도 세월이 지나면 후계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토탈 파이터 톰캣도 그렇게 됐고, 우리 한국 공군의 팬텀도 황혼을 맞이하고 있지 않은가?
미군의 차기 전차와 그 이름은?
물론 탱크라는 건 장갑이나 주포를 업그레이드 시키고, 조준 장치도 고급으로 달면 구형이 신형 탱크로 변신한다. 발칸에서 벌어진 코소보 등 여러 전투에서 제2차 대전 때의 구형 탱크가 전투에 나서는 것처럼, 세상 어느 무기보다 사용 기간이 긴 무기 체계다.
그래서 필자는 M-1 에이브람스의 후계가 나온다 해도, 그리 가까운 시일내에는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글이 ‘세계 각국의 전차 명명법’이기도 하니. 차기 MBT(주력 전투 전차) 형태에 대해선 몰라도, 그 이름에 대해선 한 번 생각 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는 그 이름에 대해 얼추 맞출 것 같기도 하다.
이름은? "슈워츠코프"
당연히 걸프 전의 영웅이다.
미래 전차 M-X, 슈워츠코프
*출처: telegraph.co.uk
걸프전이 일어나려 할 때, 당시 이라크 군은 절대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실전 경험이 미군이나 다국적군보다 풍부한 데다(이란과 9년 동안 싸웠다), 자기네의 홈그라운드가 바로 그 사막 아닌가? 그런데 ‘덩치가 커서 '곰' 또는 '폭풍의 노만‘이라는 별명의 지휘관은 단지 4일 만에 완파한다. 그래서 거의 공식적으로 ‘100시간 전쟁’이라 하지 않던가? 다른 말로 나흘 전쟁.
이라크 대군이 주둔한 쿠웨이트에 대한 정면 공격보다, 그 위쪽의 텅 빈 사막을 기갑부대로 질주, 쿠웨이트 안에 있던 이라크 군들을 그 ‘죽음의 하이웨이’로 내 몰아, 도망가기 바쁘게 만든 지휘관.
*걸프전 시, 쿠웨이트 한참 위쪽 텅 빈 사막을 질주하는 M-1 에이브럼즈. 출처: wikimedia.org
따라서 비록 전쟁 기간이 짧았다 해도, 그는 뛰어난 지휘관임이 틀림없었다. 여러 나라에서 건너온 다국적군을 훌륭히 컨트롤하고, 꽤 많은 전상자가 나올 거라는 예상을, 극소수로 줄인 체 완승을 거두었으니까.
따라서 M-1 에이브럼스의 후계 전차가 나올 때, 그 이름이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슈워츠코프, 아니면 그의 별명 중의 하나인 스톰 노만에서 따와 '스톰 슈워츠코프'.
*미래의 스텔스 탱크 M-X 스톰 슈워츠코프? 사실은 폴란드의 미래형 스텔스 탱크의 목업이다. 출처: thesun.co.uk
커피 테이블 토크
*제공: @snapaker
이 글을 쓰면서 빠뜨린 탱크가 2개가 있다. 하나는 글 사이에 낑겨 들어갈(?) 틈이 마땅치 않아서, 하나는 이름이 너무 하드 해서다.
악마, 마귀, 그래서 사탄(Satan)이라는 탱크다. 제2차 대전 때 일본군과 싸웠던 미 육군 M3 A1.
왜 악마일까? 불을 내뿜는 화염방사 탱크인 까닭이다. 생산 대수는 별로 많지 않았지만.
*사탄의 불. 태평양 지역이다. 출처: worldwarphotos.info
또 하나는 걸프전 때 활약한 미 공정 사단의 탱크. 그때 시종일관 공정대원들과 같이 행동했다.
M-551 쉐리단(Sheridan)이다. 남북 전쟁 이전에 인디언하고도 싸웠던 미 기병대 지휘관 이름이 붙은 탱크.
이 탱크는 매우 특이했다. 공정 탱크, 즉 하늘에서 떨어뜨리는 탱크인 까닭이다(적진으로 투하된 공정부대를 돕는 탱크. 공정부대는 적진에 투하됐을 때 적의 중무장 부대와 만나면 완전 쥐약이다. 특히 그래서 공정부대의 지휘관들은 항상 탱크 킬러를 생각했다. 우리도 경 탱크라도 보유해야 한다. 적 탱크를 잡는!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이 쉐리단이다).
*허큘리스 수송기로부터 강하되는 쉐리던, 여러 개의 낙하산으로 직접 강하시킬 때도 있다. 출처: tanks-encyclopedia.com
그런데 무거우면 수송기에 실을 수 없다. 엄청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명색이 탱크. 장갑도 있고 적 탱크를 잡는 강력한 주포도 필요하다.
“그럼 무거워지잖아?”
그래서 쉐리단은 운동 에너지탄을 쏘는 게 아니라, 미사일을 쏜다. 중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미사일의 이름은 특이한데, Shillelagh(몽둥이)!
지금 적 탱크가 나타났다.
공정 탱크 속 승무원들이.
“몽둥이 한 번 휘두르자”
“오케이!”
뒤이어 몽둥이 가 나간다. 그러나 미사일 몽둥이다.
*파슝! 나간다- 백발백중의 몽둥이! 출처: wikimedia.org
이런 식의 미사일 탱크가 냉전 시절 여러 종류가 있었다. 미국과 소련, 독일, 또 프랑스에도. 물론 프랑스는 주포와 함께 4발의 미사일을 줄줄이 달았지만.
그때 이 탱크를 지지하던 용병자와 설계자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백발백중이야. 포탄보다 정확한 미사일! 그걸 쏜다고.”
그런데 점차 사라진다. 그중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게 쉐리단이었으나, 걸프전을 끝으로 퇴역을 시켰으니까.
진화의 방향을 잘 못 잡았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날 잡아, 이 탱크들에 대해 한번 써 볼까? 하는 생각. 매우 특별했으며 강렬했던 이 ‘이단 탱크들의 무퇴보와 멸종’에 대해.
물론 노트북 앞에서 하는 생각일 뿐이다. ‘세계 각국의 전차 명명법’ 조차 제 때 내놓지 못하는 주제에 무슨 미사일 전차들 운운을(나~참, 미국 편 하나가 이렇게 잡어 먹을 줄 어떻게 알았을까?).
4부 끝, 다음은 완결 편 5부로 신속히 이어집니다. 소련 쪽을 다뤄야 구색이 맞춰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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