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강원도 원주에는 제 1하사관 학교가 있었다.
하도 훈련이 빡쎄, 당시 ‘인간 재생창’이라 했던가?
그리고 정문에는 탱크가 있었다.
우리 육군이 한국 전 그다음 해부터, 60년대까지 사용하던 M-36 잭슨이다.
*M-36 잭슨. 탱크 디스트로이어, 우리 국군 최초의 탱크다. 출처: ww2live.com
그러나 그냥 탱크가 아닌, ‘탱크 디스트로이어(탱크 파괴자)’다.
그리고 이 탱크 파괴자라는 건 미 육군의 정식 명칭이다.
2차 대전 후반기, 독일의 판테르(팬저)나 티게르(타이거)등,
중 장갑 맹수들이 등장하자, 이를 자신 있게 부수기 위해 내놓은 하드 펀처.
그런데 언제 붙었는지 모르나, 슬러거(Slugger)라 하기도 한다.
야구에서의 강타자.
90밀리 포가 달려 있기 때문에.
*독일 산 맹수 킬러 잭슨, 90밀리 주포의 위엄이 장난 아니다. 출처: pinimg.com
그리고 정문엔 대 구경의 고사포와 함께,
다른 탱크가 하나 더 있었던 거 같은데..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셔먼?
한국 전 때의 국군 기갑부대엔 잭슨과 휴전 직후 셔먼이 장비됐었으니까.
그것도 셔먼 중에 후기에 나온 형으로,
그 유명한 이스라엘 기갑부대의 슈퍼 셔먼의 오리지널이 된 M4A3E8 '이지에이트'다.
*프랑스 제 105밀리 포를 달고, 그 무게에 대응, 포탑 뒤쪽에 카운터 웨이트를 한, 이스라엘 육군의 I(아이) 셔먼. 출처: tanks-encyclopedia.com
*아카데미에서 나온 1/35 슈퍼 셔먼. 아이 셔먼과 거의 같은 종류다. 출처: tarad.com
1대의 탱크도 없던 국군
알다시피 북한의 침공이 시작됐을 때, 국군엔 단 1대의 탱크도 없었다.
그런데 중국엔 남한의 선공으로 시작됐다고 가르친단다.
“남한이 북한으로 먼저 쳐들어갔다.”
이때 왕 짜증 내기보다, 리즈너블한 반론을 제기하자.
*서울 시가지의 T-34/85. 미군이 참전했어도, 초기엔 한반도 최강이었다. 출처: ysfine.com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탱크가 단 1대도 없는 남한이, 탱크와 자주포가 잔뜩인 북으로 쳐들어 가?”
“그리고 그게 그냥 탱크냐? 85밀리를 장착한, 걸작 T-34인데.”
물론 전투기 얘길 들이밀어도 된다.
“전투기가 1대도 없는 남한이, 야크 전투기, 일류신 공격기 등 수 백 대 가진 나라를 공격해?”
어쨌든 미군은 부랴부랴 기갑부대를 한반도에다 들이민다.
1번 타자는 M-24 채피.
그런데 이게 경 탱크라 완전 깨져 버린다.
상대는 85밀리 주포의 T-34 아닌가?
거기에 장갑도 두꺼운 걸작 탱크.
*T-34/85, 공격, 방어, 기동력에서 2차 대전 최고의 전차로 평가받는다. 출처: wikimedia.org
“뭐야 이거?”
미군은 깜짝 놀랐다.
안 되겠구나 싶어,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게 M-36 잭슨이다.
원주 하사관 학교 정문에 서 있었었다던 그 90밀리 슬러거.
*출처: cfile237.uf.daum.net
이때 한국 육군도 같이 공급받는다.
전쟁 다음 해인 1951년 10월이다.
얼마 뒤 최초의 전차 중대도 창설된다.
우리 공군이 전쟁 끝날 때까지 제트기를 단 1대도 공급받지 못하고, 시종일관 피스톤(프로펠러) 엔진인 F-51 무스탕을 사용한 데 비해, 육군 기갑부대는 당시의 미군과 별 차이 없는 탱크로 전쟁을 치렀다는 게 이채롭다면 이채롭다고 할까?
*한국 전 때의 공군 F-51 무스탕, 유명한 신념(信念)의 조인(鳥人)인데, 외국 일러스트레이터가, 안드로메다에서 온 한문으로 만들어버렸다. 출처: img.wp.scn.ru
그리고 전쟁 끝난 뒤 셔먼, 그리고 6년 후인가?
새로운 메인 배틀 탱크(주력 전투 전차)가 들어온다.
패튼과 최초의 기갑여단
M-47, 그리고 M-48.
이 패튼으로, 육군 최초의 기갑 여단을 창설한다.
그러나 아직 90밀리가 주포.
북한의 T-54, 55는 100밀리, T-62는 115밀리.
그래서 좀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육군은 M-48의 업그레이드에 들어간다.
한국형 M-48이라 할 수 있는 M48A5K다.
그중 눈에 띄는 변화가, 105밀리 포로 바꿔 단 것과,
당시엔 영국의 센츄리언이나 치프틴 만이 달았던
사이드 방어 스커트 장착.
필자는 이 탱크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105밀리 주포, 포탑 위엔 이스라엘 기갑부대 타입의 큐폴라, 거기에 서치라이트 박스가 달려있고, 특히 압권은 미군의 M-60은 물론이고 M-48 사용국 어디에도 달지 않은 사이드 방어 스커트!
*중후하면서 터프한 형태! 저 105밀리는 북한 천마호 115밀리 보다 관통력이 좋다. 출처: pds25.egloos.com
특히 수도사단인 맹호부대 마크를 한 건 더더욱 폼 난다.
*수도사단 와일드 타이거! 출처: mmzone.co.kr
그다음은 아시다시피 국력의 신장과 함께, 국산 전차 K 시리즈의 시작이다.
K-1, K-1A1.
그리고 완전 국산 전차인 K-2 흑표.
*우리의 자랑 흑표 전차, 바닥에는 방금 신지 선회를 한 흔적이 보인다. 출처: i.ytimg.com
거기에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T-80U가 추가된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군 탱크들을 정렬시키면,
이렇게 화려한 리스트가 된다.
한국 전쟁 시
- M36 잭슨
- M4A3 셔먼
휴전 이후
- M-47 패튼
- M-48 패튼
- M-48A5K 한국 형 패튼
여기에 K 시리즈 삼총사인
- K-1
- K-1A1
- K-2 흑표
거기에 러시아산 관통력의 왕자
- T-80U
단 1대의 탱크도 없었던 국군으로선 정말 화려한 라인업.
더구나 국산 탱크에다가, 러시아의 럭셔리 탱크 T-80U.
대수도 엄청 많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찾아온 냉전의 소멸. 그래서 유럽 각국들은
계속해 기갑 전력을 줄여 가는데, 한국은 이와 반대로
신형 탱크를 개발하고, 대수를 늘려나갔다.
그래서 지금은 세계에서도 유력한 전차 왕국.
그런데 외국 사이트를 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게 정말이야?”
거기엔 한국군 기갑사에 있어서, 전혀 모르는 게 있었으니까.
하나 더 있었다. 환상의 탱크!
흥미로운 탱크였다.
미군에 있어서도, 우리 국군 기갑 사에 있어서도, 매우 마이너 한 탱크!
이름조차 독특했다.
전갈!
잃어버린 탱크 스콜피온(Scorpion)
대전차 자주포였다.
결코 메인 배틀 탱크는 아니다. 그러나 넓은 범위로 탱크로 쳐 준다.
그리고 이건 전쟁 시 하는 일이 독특했다.
전차를 잡는 전차.
흔히들 구축전차라 하나(이것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그런 것과는 또 다른 대전차 자주포다.
그래서 인터넷에 보니,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한다.
동족을 잡아먹는 놈.
미군에서의 정식 명칭은
SPAT(Self Propelded Anti Tank).
M-56 Scorpion이다.
*이게 바로 그 물건이다. 몸집은 작으나, 치명적 독침을 전방을 향해 곤두세운 듯한 전차 킬러. 출처: 2.bp.blogspot.com
작은 차체였다. 장갑도 거의 없는..
그러나 화력만큼은 치명적이었다고 할까?
당시의 일류 관통력을 가진 M-48 패튼과 같은
90밀리 주포(물론 다운 그레이드가 있지만).
그 강력한 주포를 매우 소형인 차체에다 올려놓은 소형 탱크 잡는 자주포.
왜 이렇게 소형으로 만들었나?
적지에 낙하산으로 투하하는 전차이기에 그렇다.
한마디로 공수 전차.
수송기에 실어, 공수부대원과 함께, 낙하산으로 투하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적 기갑부대와 싸우며, 낙하산 부대를 지켜낸다.
그렇다면 첫 번째 조건, 가벼워야 한다.
수송기에 실어야 하니까.
*언밸런스하게 보인다. 캐터필러가 고무로 돼 있는데다, 차체도 작은데, 주포만큼은 매우 강한 인상. 한 방이면 어떤 놈이든 부셔 버려! 출처: 1.bp.blogspot.com
따라서 이 공수 전차는 단점이 없을 수가 없다.
한방 쏘면 후좌량이 매우 컸다.
반동 역시 장난이 아니었고.
*이렇게 반동이 강하다. 그래서 승무원들은 아마 뭔가를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할 거 같다. 출처: tankistador.ru
그래서 이 작은놈을, 군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발주 숫자도 소수. 배치도 딱 한 군데!
그래도 전쟁 운은 있는지, 베트남으로 가 실전에 참가한다.
물론 베트남 전이라는 게 전차전이 벌어지는 데가 아니다.
그래서 주로 호위 임무에 쓰여졌다고 한다.
사용부대는 역시 그쪽 공수 계통인 제 173 공수 여단.
따라서 일찍 퇴역을 시키는데,
이유는 M551 후계자 쉐리단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탑도 있고 사격 시 충격도 덜하며, 여러 가지로 세련된 탱크.
*그 후 쉐리단은 계속 미 육군에 남아, 이렇게 걸프전까지 간다. 출처: a141.idata.over-blog.com
Exported to The Republic of Korea. 한국에 수출했다!
그런데 퇴역은 하치장으로 가는게 아니라,
우방국 여러나라에 팔아먹는 케이스.
물론 상당한 헐값이었을 텐데,
그 나라들은 스페인과 모로코, 그리고 대한민국.
이는 위키피디아 M-56 항목에도 나와 있고,
요즘 들어 탱크 사이트 중 가장 핫하며 충실한
TANKS ENCYCLOPEDIA(tanks-encyclopedia.com)에도 나온다.
‘M56 was exported to The Republic of Korea’
‘한국에다 수출했다.’
*붉은색으로 나오는게 전갈의 수입국가들. 스페인, 모로코, 한국. 그리고 캐리브해의 한 나라? 출처: wikimedia.org
그런데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 육군이다.
잠시 쓰다가 퇴역을 시켰는지, 아니면 어떻게 했는지,
이 강력한 전갈에 대한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기록도 없다.
어느 부대, 어느 전선에 있었다는 얘기도 당연히 물론 없고.
필자가 과문해서 그런가?
사진 한 장 본 적이 없고, 국군을 다루는 블로그 중
상당히 디테일하며 수준 있는 데서도, 아직 본 적이 없다.
동부 전선인가? 서부 전선인가?
그리고 독립된 대 전차 부대인가?
아니면 사단 예하 기갑 부대인가?
*출처: rykoszet.info
분명 서부 전선 쪽에 배치됐을 것 같다.
당연히 서울 북방이다.
단기 속결로 서울을 점령하려는 북한 기갑 선봉은, 1번 축선을 타고 내려온다.
그럼 그걸 요격해야 하니까.
또 독립 부대도 아닐 것 같다.
제 1 기갑 등 초기의 기갑 여단들이 창설될 때
주 장비는, M48 패튼이다.
더구나 스콜피온은 도입 수량이 적어,
독립된 기갑부대 구성도 미흡할 게 뻔하다.
아마 서울 북방 쪽 보병 사단의 대 전차 부대?
스콜피온은 우리 한반도 전투에 매우 적합하니까.
북한의 침공이 시작된다면, 그들 기갑부대 주 공격 루트는 한정돼 있다.
바로 그 길목에 배치돼, 90밀리 포를 쏴 준다면
상당한 타격을 주리라는 건 확실하다.
단순하면서도 대 전차 전투에 특화된 무기.
그래서 분명 부대 배치가 되고, 한동안 사용했을 텐데, 남아 있는 게 없다.
물론 육군 어느 자료 보관실엔. 먼지가 쌓인 자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흔적이 없다.
어디로 갔나? 스콜피온
만약에 관련 자료들이 나온다면,
우리 국군 기갑부대의 이야기와 역사는 확대되고,
그 유산이 더 풍요로워지는 건 분명하다.
더군다나 이 스콜피온은, 전 세계 고급 AFV 마니아 중 팬들이 꽤 많다.
*호비 팬에서 나온 프라 모델 35분의 1 스콜피온. 출처: 1999.co.jp
미군 기갑 백년사에 있어서도 이런 스타일의 탱크는 없다.
대부분이 크고 무겁고 기능이 여럿인 중후장대(重厚長大) 스타일.
M-1 에이브럼스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 모든 탱크 중 제조가가 가장 비싸다.
무척 럭셔리한 수준...
그런데 스콜피온은 정반대다.
어찌보면 칼 하나만 들고 달려드는
단도직입(單刀直入)적 워리어의 느낌도 난다.
*말 그대로 단도직입적 인상이다. 시퍼런 칼날은 저 90밀리 주포이며. 출처: 3.bp.blogspot.com
따라서 이 용맹하면서도 개성 만점인, 전갈의 자료 같은게 어디서 좀 나와 줬으면 하는거..
결코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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