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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롬멜의 진짜 전쟁, 그리고 최후 - 1부

by wenaon 2016.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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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령 사단은 2개다.



제2차 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

독일은 그들의 갈고닦은 부대로 전격전을 개시한다.

기갑 사단들이다.



*프랑스로 진격 중인 독일 기갑사단. 출처: wikimedia



그런데 당시의 기갑사단에는 두개의 유령이 있었다.

하나는 원래부터가 사단명이 '유령'인 부대.

제11기갑사단이다.



*오리지널 유령인 11기갑사단의 마크. 출처: auctivacommerce.com



또 하나는 적으로부터 유령이란 이름을 얻은 사단.

워낙 신출귀몰하기에 붙여진 별명.

롬멜이 이끄는 제7기갑사단이다.



*7기갑사단의 마크. 출처: wikimedia



15기갑군단 예하 주력으로는 알덴느 북부 숲을 돌파, 뮤즈 강을 넘어 프랑스를 횡단.

그리고 영불 해협까지!

그래서 이 신 유령사단은 구 유령사단보다 더 유명해진다.

지휘관이 불세출의 작전형 인간 롬멜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롬멜은 떠난다.



*이 유령 사단은 롬멜이 떠난 뒤에도, 각지를 전전하며 무수한 전투를 감행한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들의 전우 30만 명이 포위된 스탈린그라드 구출전, 스탈린그라드 패배 이후, 물밀듯이 밀려오는 소련군을 다시금 패배시켜, 동부 전선의 균형을 회복한 기적의 하르코프 전 등. 출처: wikimedia



1941년 가을이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롬멜의 전설. 독일 아프리카 군단의 전설.



사막의 롬멜, 사막의 여우



야자수 사이에 바펜크로스가 있어 유명한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



*이 군단, 그로부터 3년여, 전 세계를 진동시킨다. 출처: oocities.org



몇 수 아래인 이태리 군을 상대하며 승리를 챙기던 영국군, 갑자기 진짜 적수가 나타난 것이다.



*"어서 와, 아프리카는 처음이지?" 광활한 사막, 쏟아지는 햇볕, 독일 군 3호 탱크다. 출처: nam.ac.uk



독일의 경 탱크 몇 대가 전진해 오며, 알짱거린다.

그래서 영국 탱크 부대가 그냥 내리내리 돌격하면, 경 탱크들은 사라지고, 저 멀리 보이는 이상한 것.

그것은 대전차포였으나, 대전차포로 변신한 88밀리 고사포였다.

타이거나 킹 타이거의 주포가 되는 그 88밀리 고사포.


뒤이어 불을 뿜는다.

엄청난 정확도와 엄청난 관통력.

그런데 이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영국군은 이 페인트 작전에 자주 속아 넘어갔다.)


마냥 얻어터지기만 하는 영국군은, 계속 후퇴를 한다.

그리고 아프리카 군단은 영국군을 쫓는다.

나일강 삼각주에 있는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까지 150킬로.

반나절이면 돌파하는 거리 아닌가?


따라서 당시 독일의 모든 국민들은 이 지휘관에 매료당했으며, 전 세계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도 바로 그거였다.

언제 피라미드 아래로 독일 기갑부대가 돌진하는가?



*전진하는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 출처: akamaihd.net



그런데 의외로, 이 아프리카의 전투는 규모가 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군단이라 해 봐야, 보통 몇 개 사단인가?

3~4개 사단이다.


발바로사 작전이 시작됐을 때 독일과 주축군의 거의 200개 사단이다. 이 대규모 병력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그러니 롬멜의 전투는 규모가 매우 작은 편.

사실 군사 마니아들에게 인기는 있을지언정,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게 북아프리카 전투다.


이는 북아프리카는 지역이 큰 병력을 움직일 만한 지리적 환경도 아니고(주로 해안선을 끼고 하는 전투였다.), 거리상으로도 유럽으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지 않은가?

한 마디로 주 전쟁터가 아니다.

히틀러가 친구(?)를 잘 못 만나, 생각지도 않게 싸움메 말려든 경우가 바로 북 아프리카.

무솔리니가 '새로운 로마 제국'을 외치며, 이집트로 쳐들어갔다가, 영국한테 된통 얻어터지고 구원을 요청한게 주 원인.

더군다나 병력과 장비를 보충하려 해도, 쉽지 않은 데가 여기다.

지중해를 건너야 하는데, 재해권과 함께 제공권을 틀어쥔건 영국.


롬멜한테 가던 수송선은 건너다가 침몰하고, 그래서 하늘 길을 택해 기간트 같은 6발 엔진의 거대 수송기들을 동원하지만, 그것도 자주 격추 당한다.


일명 '텐 건 테러(TEN GUN TERROR)', 우리말로 하면 10자루 기관총의 난폭자 쯤 되는 전투기가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 영국 기체의 정식 명칭은 '보 파이터(Beau Fighter)'.



*당시 세계 최대의 거인 수송기 '기간트(영어로 자이언트가 맞다.)'가 영국 전투기한테 격추당하고 있다. 저 안에는 많은 수의 독일 병사와 대전차 자주포도 1대쯤 들어있을터... 사냥꾼은 바로 그 10자루의 기관포 난폭자, 보 파이터. 출처: warbirdphotograths.com



*지중해를 배회하는 보-파이터. 출처: rdontheroad.wordpress.com



*이태리의 쌍발 수상 비행이 FIAT(피아트) RS 14를 격추시키는 보 파이터. 그런데 이 보 파이터는 기총이 막상 10자루 아닌 12정인듯? 출처: militarymodelling.com



따라서 롬멜은 항상 탱크가 부족했고, 보급이 부족했다. 눈부신 전투를 계속했지만 위태위태했다.

부족한게 또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영국의 전투기들.

사막에서의 대 전차 발견은 의외로 쉽다. 전차가 기동하면 매우 심한 모래 먼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엘 알라메인에서의 패배.


그 전투에서의 승자는 몽고메리였다.

병참의 신봉자.

그의 전투 스타일은 다른게 아니다.

"연료, 탄약, 식량, 윤활유가 많으면 이긴다."


전진해 오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아프리카 군단.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피라미드를 뒤로하는 후퇴.



*영국의 '그랜트'가 파괴된 이태리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그랜트는 미국이 준 것으로 차체가 높은데다 주포가 옆구리에 달려 있어서.. 그런가? 영군은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고 한다. 일단 주포부터 75밀리 아닌가? 그들 탱크의 40밀리에 비해.. 출처: wikimedia



결국 군단 최후의 날이 다가온다.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니까.

얼마 전까지 중립을 지키고 있던게 미국이었다. 그런데 일본이 사고를 친거다.

진주만 기습.

그리고 우매한 히틀러의, 미국에 대한 즉각 선전포고.

미국의 토치 작전이 발동된다.

아이젠하워 장군 휘하 무려 10만 명의 미군이, 당시의 프랑스 령 아프리카, 알제리아, 모로코 등지에서 기습  상륙을 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되나?

아프리카 군단 뒤에는 영국이 앞에는 미군이.

그렇다고 아프리카 군단은 후퇴할 수도 철수할 데도 없다.

유럽 대륙과는 지중해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롬멜에게 명령한다.


"귀관만이라도 철수하라."


국민적 영웅인 롬멜이 전사하거나 포로가 되면, 그건 곤란하니..



*엘빈 롬멜, 영광을 뒤로 하고... 출처: touchmyculture



롬멜은 아프리카를 떠난다.

열사의 사막에서 3년여를 싸운, 역전의 아프리카 군단을 뒤로하고.

활주로를 날아오를 때, 그는 온갖 승리와 패배, 온갖 영광과 참담을 맛 본 땅을 수송기 창 건너로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으리라...


"잘 있거라, 아프리카!"


그리고 롬멜은 독일로 돌아가 은거한다(이태리에 잠깐 이었지만).

그 만한 국민적 전쟁영웅이 없는데, 그 만한 전투의 천재가 없는데, 그저 자기 집에 틀어박힌 것이다.

걱정이 되는 히틀러.

의사들도 정신 건강이 걱정된다는 신호를 보낸다.

우울증에 빠졌다고.

비관적 정신 상태. 이게 병명이었다.


그럼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아니 롬멜 같은 희대의 명장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바루스여 내 군단을 돌려다오!



어느 U-보트가 대서양  작전 중, 영국의 전함을 향해 어뢰를 날린다.

회심의 어뢰는 보기 좋게 명중!

이제 그 3만 톤 급의 거대 전함은 섬광과 함께, 굉침이 되리라.



*3만 2천 톤의 영국 전함 바람(Barham)이 어뢰를 맞고 폭발하고 있다. 바람은 롬멜과 싸우는 영국군을 지원 중이었다. 출처: wikimedia



그런데, 어랏?! 말짱하다. 뭔일이지? 오히려 호위 구축함이 달려든다.

오히려 자기가 사냥터의 쫓기는 짐승 신세.

어뢰가 불발된 것이다.


그래서 연합군 구축함의 포위망에서 탈출, 겨우겨우 독일로 돌아온 그 U-보트 함장.

머리가 이상해 졌다고 한다.

이렇게 중얼거렸다니..


"어뢰가 불발이었어, 불발... 내가 잡은 전함 돌려줘..."


자타 공인 멘탈 부분에서의 최고가 U-보트 함장인데도 말이다.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트한테도 이런 일화가 있따.

독일 토이토브루그라는 숲에서, 게르만 부족에게 3개 군단이 전멸하자.

왕궁을 유령처럼 걸어 다니다, 벽에 머리를 찧곤 탄식을 했다.


"Quintill Vare Legiones rede."


'오~ 바루스여, 내 군단을 돌려다오. 돌려다오!'

바루스는 그 3개 군단의 지휘관(이때 같이 전사한다.).



*독일 토이토부르그 숲의 가을, 낙엽이 쌓여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그러나 2천년 전 정예의 로마 군단 3개가 완전 전멸, 예비군단 2개, 기병대, 그리고 여타 보조 부대들이 지리멸렬 패배를 당한 역사적인 숲이다. 출처: streamsandforeststs



그런데 롬멜은 어땠을까?

무수한 전투와 전투를 거치며, 이집트 카이로 앞까지 진격해 가지 않았던가?

당시 전 세계 언론, 초미의 관심사가 그거였다.

언제 롬멜이 카이로에 입성할 것인가?

2천년 전 로마를 거의 돌아가시게 만들었던, 한니발과 비교되기도 했다.


"20세기의 한니발이다."


그래서 정원의 의자에 앉아, 이런 생각을 하고 또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떄 1개 기갑사단만 더 있었다면..."


"휘발유도 여유가 있었다면..."


"이태리 군이 좀 더 터프했었다면..."


그러면 예전 나폴레옹이 피라미드 아래에서 싸운 것처럼, 그도 5천년의 역사가 바라보는 곳에서 전차전을 전개, 카이로 시내로 당당히 행진할 수 있었을텐데...


그때가 1942년 말부터 1943년 초.

독일이 유럽 대륙 전체를 장악하고 있을 때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연합군이 조만간 곧 유럽 대륙으로 대대적인 상륙 작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견되는 때. 그래서 독일은 대서양 방법이라고 해, 맨 북쪽의 덴마크 반도에서부터 남쪽의 스페인 국경까지 그 기나긴 해안선에다 방어 진지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상륙용 주정을 막기 위한 대서양 장벽의 일부, 아마 롬멜이 부임하기 이전의 상태인 듯 하다. 출처: wikimedia



그런데 당시 서 유럽의 독일 군 총사령관 룬두슈테트는 히틀러에게 이런 보고를 올린다.



*당시 독일 서방군 총사령관 룬드슈데트. 그에 대한 책 이름이 '더 라스트 프러시안(THE LAST PRUSSIAN)', 마지막 프러시아 군인이듯, 나치의 악행과는 거리가 있는 전역적 독일 군인이었다. 출처: wikimedia



"난공불락이라던 방어진지를 둘러보니, 사실 허술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히틀러는 불안했다.


"멀지 않은 장래에 미, 영 연합군이 들이닥칠 텐데, 허술하기 짝이 없으면 어떡한다는 거야?"


그러던 차에 최고사령부 작전부장 알프레드 요들이 이런 제안을 한다.


"롬멜을 다시 쓰면 어떨까요? 그러면 정신력 회복에도 좋고."


히틀러 요들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한다.


"좋아, 그러나 처음엔 가벼운 임무다."


대서양 방벽 강화관이라는 직책이었다.

그리고  차차 대 병력을 맡기는 거야.

부대 지휘를 맡기면 다시 또 옛날의 강건함과 명석함이 회복되니까.

덩달아 국민들 사기도 올라간다. 전쟁 영웅의 귀환 아닌가?

어찌됐든 또 롬멜은 독일에서 최고의 지휘관 아닌가?

아프리카에서의 전투를 보라, 그 보다 뛰어난 작전의 명수가 어디 있나?

또 하나는 롬멜만큼 연합군과의 전투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이 없다는 거.

초기의 전격전 시, 프랑스에서 싸웠지, 그 후엔 북아프리카로 가, 영군은 물론이고, 미군하고도 싸웠다.

1943년 11월.

히틀러는 롬멜을 부른다.



"이번 전쟁의 승패는, 연합군이 상륙해 북유럽으로 진격해 들어올 때다. 따라서 귀관은 그들을 다시 바다도 처 넣어라!"



(2부로 계속...)




김은기의 커피 테이블 토크



'북한 기계화 군단'을 쓰는데, 이게 참 더디게 나가더라고요.

호기 있게 쓴다고 예고를 하긴 했는데...

군사 용어로도 자주 사용되는 돈좌(頓挫)라고 할까?

아니면 또 노르망디 이후, 그 유명한 빌레 보카쥬 전투에서, 영국 제7기갑사단 선봉대와 비슷한 상황?

앞쪽의 전차가 미하일 비트만(전차 138대 격파의 전설적 에이스)의 타이거한테 피격되니, 기갑부대 전체가 전진이 되질 않는 그런 경우.



*미하일 비트만 대위와 타이거 전차, 포탑과 차체 표면의 이상한 요철은 '찌메리트 코팅'이라 해, 적의 자석식 흡착 폭탄이 달라붙지 말라고 바른 그냥 시멘트. 그런데 이 코팅이 전차를 매우 전투적으로 보이게 한다. 출처: wikimedia



그래서 돈좌 속 끙끙대다가, 늦게나마 융통성을 발휘했습니다.

주저앉은 전차 대열 중, 1대가 옆길로 빠져나오는 것 같은 융통성.

쓰던 글에서 롬멜 부분을 따로 떼어 낸 거죠.

그래서 글의 완성도 면에서, 많이 부족해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대다수 네티즌들은 롬멜을, 북 아프리카에서의 여우로만 기억하는 듯 합니다.

그 이후, 대규모로 벌어진 대서양 장벽의 건설, 그리고 연합군의 상륙과 함께 독일 공수부대 등, 수십 개 사단을 지휘, 연합군과 치열한 반격전을 펼친 건 잘 모르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번 1부와 다음 2부를 통해, 짧게나마 후반기 전력(戰歷)에 대해 펼쳐보려 합니다.

또 그의 예기치 않은 부상과 히틀러에 의한 비극적인 죽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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