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nationalgeographic.com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쾌속의 치타, 이 고양이 과(科)의 동물과 닮은 전투기가 있다. 속도는 마하 2 플러스, 상승력에 가속력도 좋고, 공중전 시 180도 턴도 1분! 그래서 도그 파이팅 능력, 미라주의 2배!
*출처: scn.ru
걸리면 죽는다!
*출처: rainmakerbell.com
치타의 비행
*출처: dailymail.co.uk
치타의 리프(leap)!
날아오른다, 치타!
*출처: defencetalk.com
왼쪽으로 급 뱅크!
*출처: bp.blogspot.com
그리고 코스프레이.
*샤크 마우스! 상당히 컬러풀한데, 이는 자기네 국기 색깔로 칠했기 때문이다. 숨은 그림 찾기, '치타가 질주 중이다.' 출처: airairliners.net
화려한 국기 색깔을 뺀 체, 공중전용의 회색 위장뿐인 치타 DZ형. 훈련기 겸 전투기, 멀티 플레이어다.
*캐노피 위로 공중급유관, 그 아래로 카나드, 거기에 기수의 뾰족한 피토관과, 바로 그 밑의 전자기기 냉각용 작은 공기 취입구가 보인다. 정말 스마트(?)해 보이는 기체다. 출처: wallpaperim.net
아틀라스 치타 전투기
남아프리카 공화국, 줄여서 남아공. 우리에겐 그나마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으로 친숙한, 그 나라의 아틀라스사(社)에서 만든 전투기로, 우리 공군의 팬텀이나 F-16보다 빠른, 마하 2 이상의 초음속 전투기다.
이름은 그래서 아틀라스 치타!
*치타 조종석 위로 보이는 공중 급유관(우리말로는 빨대). 남아공은 보잉 707 제트 여객기를 개조한 급유기가 4대나 있다. 국경 넘어 멀리, 장거리 공격에 나설 일도 있기 때문이다. 출처: airliners.net
아틀라스 치타? 분명 생경한 회사와 전투기 이름이다. 그러나 이 기체의 개발 동기가 되었고, 또 직접 참가하기도 했던 전쟁 이름 역시 무척 생경할 듯 싶다. 아프리카 국경 전쟁이라고도 하고, 수풀에서의 전쟁, 아니면 관목 숲에서 벌어져, 부시 워(Bush War)라 하는 전쟁.
우리가 잘 모르는 전쟁
20세기 후반쯤의 전쟁으로 1966년부터 시작해 걸프전 무렵까지 무려 24년 간 진행됐으니까 꽤 긴 기간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즉 남아공 백인정권과 이에 대항해 소련의 지원을 받는 앙골라 등 흑인세력의 국가가 벌인 전쟁. 그리고 쿠바 의용병들까지 앙골라 편에서 대대적으로 참가, 거의 1만명 가까이 전사했으니, 거의 뭐 국제전 수준이라 할 만한 전쟁이었다.
*당시의 전쟁화. 그림에 나오는 남아공 장갑차는 로이멕 샌닥 사의 ‘라텔’ 60밀리 박격포 장갑차다(뒤에 보이는 동그란 뚜껑 속에 박격포가 들어있다). 남아공은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과 싸웠던 제2차 대전 때도(영 연방 일원으로), 국산 장갑차를 썼다. 그래서 지금도 장갑차 제조에 일가견 있고, 특히 대 지뢰 성능이 좋은 걸로 유명하다. 출처: 2expertsdesign.com
물론 이 전쟁 내내 남아공은 계속해 이니셔티브를 잡고, 이기는 쪽에 선다. 그들의 센츄리언 탱크는 앙골라의 T-54, T-55 탱크에게 압승을 거두고, 큐바인이 조종하는 미그 23도 미라주에겐 상대가 안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소련은 미그기들을 계속 공급해 줄 수 있으나, 남아공은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돈만 주면 프랑스는 눈 질끈 감고 전투기와 장갑차를 팔았다. 쏟아지는 비난보다, 금과 다이아 수출로 벌어들이는 남아공 정부의 달러가 더 좋았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진다. 이 극도의 인종차별 국가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가, 77년, UN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나? 전투기들의 소모는 계속 될 게 뻔한데.
*격추된 남아공의 미라주 F1, 흔한 경우는 아니나, 그래도 소모는 이어졌단 증거다. 뒤에 보이는 건 부시 워(Bush War)란 이름에 걸맞은 관목 숲. 출처: 4.bp.blogspot.com
그래서 이들도 예전의 이스라엘 마냥, 방침을 세운다. 국산 전투기를 만들자는 방침.
"그것도 미라주 3나 미라주 F1을 능가하는 전투기를!"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인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만들어도 그 전투기가 성공적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남아공은 해 낸다. 만들어 낸 것이다.
남아공, 신 전투기 탄생!
1986년, 남아공은 갑자기 발표를 한다. 국산 신형 전투기를 공개한다는 발표.
"아니, 남아공이 언제 신형 전투기를 만들어?"
장갑차라면 모를까? 제트 전투기를 만들만한 충분한 기술이나, 관련 산업이 존재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임팔라'라는 경공격기 겸 제트 연습기를 이태리에서 라이선스 생산했으나, 어찌됐던 제트 연습기 수준 아닌가?
*160대나 만들어져, 부시 워에 투입된 임팔라(사슴의 일종). 작은 기체임에도 폭탄을 1.8톤까지 달 수 있는 튼튼한 공격기다. 출처: s-media-cache-ak0.pinimg.com
그런데 웬일인가? 남아공이 만들었다는 국산 전투기가 떡 하니 활주로로 나온다. 앞머리가 약간 경사 진 '두룹 노즈'의 기체다. 전투기와 훈련기를 겸할 수 있는 2인 승이나, 분명 신형 전투기였다. 더 놀라운건 공개를 일부러 늦췄다는 것. 몇 년 전에 이미 만들어져, 진작 전투에 참가하고 있었다는 소문이었다.
*신형 전투기 치타. 출처: i42.tinypic.com
그런데 이 전투기, 자세히 보니 완전 신형은 아닌 거 같았다. 날개가 델타익이라 프랑스의 미라주 3을 닮은 듯 했고, 또 이스라엘의 크피를 닮은 듯 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라주는 아니었다. 크피르로 아니었고. 둘 다 닮은 듯 했으나, 둘 다 닮지 않은 형태. 비밀이 밝혀진다.
혼혈이었던 것이다. 미라주 3과 크피르와의 혼혈. 남아공이 갖고 있던 미라주 3에다, 크피르로부터 나온 개조형 키트를 기체 여기저기에 세팅한 것. 그리고 또 하나가 있었다. 남아공이 보유하고 있던 기존 미라주 F1 전투기의 엔진인 ATAR(아타) 9K, 그걸 집어넣은 것이다(기존 미라주 엔진보다 약 16퍼센트 더 힘이 좋다).
*미라주 3 뒤에 나온 미라주 F1. 델타익의 단점을 개선한 후퇴익이었다고 하나, 미라주 3만큼 인기는 없었다. 수출도 3분지 1 이하. 출처: aircraftresourcecenter.com
그러니까 3가지 기종, 미라주 3, 미라주 F1, 크피르의 혼혈. 그리고 이름은 당연히 치타였다. 이어서 1인승의 진짜 전투기가 나온다. 치타 C형으로 부르는데. 이게 결정판이었다. 이스라엘 우수한 레이더, 엘타 EL 2032까지 달았으니.
*시리즈의 결정판 치타 C형의 3면도. 매우 슬림(Slim)한 기체가 빠르고 비행성능 좋을 거라는 느낌을 준다. 출처: tinypic.com
미라주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이 치타 C형, 역시 한 맛이 달랐다. 새 엔진으로 인해, 폭장량의 증가는 물론, 상승력과 가속력이 좋아지고, 180도 턴도 미라주의 2.1분에서 단 1분! 따라서 도그화이팅에서 자신감이 붙는다.
그러나 진짜 좋아진 건, 전자 장비의 업그레이드다. 엘타 레이더도 장착과 함께, 파일럿들이 자기네 조종석을 '일렉트릭 하우스'라고도 하니까. 그래서 남아공 공군은 자신한다.
"사하라 이남에서 치타를 이길만한 전투기는 존재치 않는다."
비행대 대장의 프라이드
남아공의 제2비행대 대장 '코부스 토에리엔 중령은(네덜란드 이민자 후손이 많기에, 이름들이 낯설다.) 치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린 공중전과 대지공격, 둘 다 자신 있다. 총 9개의 하드 포인트에 550파운드 폭탄 10발을 장착할 수 있으며, 레이저 레인지 파인더와 레이저 타겟 디자이네이터에 의해 오차 없이 타격하니까."
*목표물을 정확히 때려, 불바다로 만드는 치타. 출처: s-media-cache-ak0.pinimg.com
"그러나 진짜는 공중전이다. 치타의 공중전 모드는 매우 훌륭해, 나는 감히 F-16보다 우수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치타 조종석은 가장 뛰어난 전자전의 베이스이기에."
그리고 영국으로 날아 가. F15E 스트라이크 이글과 붙어 본 경험을 이야기한다.
*F-15E 스트라익 이글. 출처: vignette1.wikia.nocookie.net
"스트라이크 이글이 장거리 침투 공격형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충분히 이빨이 들어갔다. 물론 턴을 계속하다보면, 전형적 델타익으로 인해 나오는 에너지 로스(loss)로 움직임이 둔해진다. 그러나 그것 빼고는 이상 무.”
중령은 전투기 파일럿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한다.
"파일럿의 꿈인 초음속에서의 기막힌 '엑셀', 거기에 기체를 재빨리 뒤집는 '롤'반응은 최고다.”
그러나 '그리펜'한테 밀리다.
남아공 공군은 치타한테 만족해, 21세기 초까지 롱런 시킬 계획을 잡아놓는다. 정확히는 2016년 까지다. 1982년부터 비밀리 전투에 참가했다고 하니, 현역으로만 몇 년이 되나?
30년 이상이다. 이는 4세대 전투기한테 꿀릴게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한데, 세상일이라는 건 누구도 예단할 수 없듯 상황이 달라진다. 복잡한 정세 변환이 생겨 난 남아공. 백인 정권이 퇴장하고, 새 정부가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새로 들어선 정부. 치타를 퇴역시키기로 결정한다.
*Last flight of Cheetah. 출처: i.ytimg.com
프랑스에서 1960년대 초, 도입한 이래 반세기 이상 백인 정권의 상징이고 그들과 함께 비행해 온 미라주와, 그 개조형 치타 아닌가? 그 상징성이 마음에 안 들어 그런건지, 아니면 진짜 기체가 너무 오래 됐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또 이웃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금과 다이아 수출로 재정에 여유가 있어 그랬는가?(3가지 다 필자의 생각일 뿐이다.)
하여튼 신정부는 신 전투기를 물색한다. "그리펜"이다. 스웨덴이 만들어 낸, 작고 날쌔며 유지비 적게 드는 멀티 퍼포머. 그래서 후계기 선정은 비교적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남아공의 신,구(新.舊) 전투기들. 새로 도입된 그리펜 2대가 가운데에, 곧 퇴역할 치타 2대가 양 사이드에서 날고 있다. 출처: defenceindustrydaily.com
치타의 퇴역, 그러나...
그리펜이 제 자리를 잡아가자, 치타는 뒷자리로 나 앉는다. 아무리 잘 났어도 최신형 그리펜한테는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치타 패밀리, 예비 보관 상태로 돌려져, 활주로 한 편에서 서 우두커니 서 있는 체 세월을 보내는데, 그러길 4년여. 그 때 임자가 나타난다.
남미의 에콰도르였다. 작지만 효율적으로 공군력을 유지하는 나라. 이제껏 사용하던 미라주 F1대신 후계기를 찾는데, 그때 남아공에서 보관 중인 치타를 생각한 것이다. 더구나 그들이 쓰던 F1의 엔진은? 치타와 똑같은 '아타 9K'다. 또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 한 종류의 전투기는, 예전에 도입했던 크피르다. 치타와 같은 친척 관계.
따라서 치타를 도입하면 엔진이 같기에 여러 가지가 편하고, 크피르도 사용하고 있으니, 치타가 당장 들여와도 자기네 파일럿들이 별다른 훈련없이 조종 할 수도 있다. 그만큼 훈련과 조종, 정비, 그리고 부품 조달에 있어 많은 어드벤티지가 있는 치타.
상담이 이뤄지고, 매우 싼 가격으로 2011년 치타가 도입된다. 전투기인 C형 10대와 훈련 겸용 D형 2대 합쳐 12대. 치타가 살아난 것이다. 그리고 사냥터도 옮긴다. 아프리에서 남미로.
*에콰도르 공군의 치타 C형. 원래 전투기라는게 기능 우선인데도, 어쨌든 외관이 날렵하며 멋지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인 ‘가장' 멋진 전투기는 아니라 해도, 그 근접하는 전투기임에는 틀림없다. 출처: flickr.com
그리고 델타, 그리고 카나드.
*델타익 그 자체다. 에콰도르 공군 마크의 치타. 출처: flickr.com
김은기의 커피 테이블 토크
*영국의 월간 항공지, 에어포스와 에어 인터내셔널. 이번 글에 많은 참고가 됐죠.
크피르를 3부로 끝냈다 싶었는데, 번외편 내지 4부 비슷하게 치타를 다뤄 봤습니다. 처음엔 그저 글도 적게 쓰고 좀 가볍게 가려 했는데, 역시 장수가 채워지네요. 어쨌든 쓰고나니, 크피르에 대해 완성도 있게 썼다는 만족감도 듭니다. 치타라는 이 멋진 전투기는 크피르 없이 나올 수 없었으니까요.
*치타 전투기, 남미로 간 12대 이외에는 이렇게 박물관 스토퍼가 됩니다. 출처: airliners.net
[김은기의 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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